채용과 해고의 묘한 교집합 '전환형 인턴제'

탈락자 입장선 상실감 커… "수습도 시용도 아닌 모호한 신분"
헤럴드경제 공채 폐지, 올해부터 인턴 전환으로만 신입 채용
동아·채널A, 조선·TV조선 등 수 년간 '전환형 인턴제' 운영
전환형 인턴제 도입한 회사들 "인재상 맞는 기자 찾을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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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중심 언론사 채용 방식에 변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인턴기자 채용 후 평가결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채용 연계형 인턴기자 제도’가 속속 도입되는 것. 이 같은 방식으로만 수습기자를 뽑겠다는 방침을 밝힌 곳도 등장했다.


헤럴드경제는 올해부터 수습 공채를 없애고 ‘채용 연계형 인턴기자 제도’를 통해서만 신입 기자를 뽑기로 했다. 헤럴드경제 인사팀 관계자는 “이제 막 제도를 도입해 지켜보는 단계”라며 “당분간은 채용연계형 인턴만 모집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3월 2019년 채용공고에서 “미디어 지형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응과 경쟁력 강화, 인력채용의 안정화를 위해 채용연계형 인턴기자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채용연계 인턴제 자체가 이례적이진 않다. 수습 공채와 함께 언론계에서 수습기자를 들이는 방식 중 하나다. 동아일보·채널A의 DNA전형, 조선일보·TV조선의 여름 인턴제도는 대표적이다. 특히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언론사는 최근 느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은 오는 8월 예정된 수습 공채에 앞서 지난 13일 처음으로 채용연계형 인턴기자 채용공고를 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17일 채용연계형 인턴기자 채용공고를 내 전형이 진행 중이고, 결과에 따라 앞으로 수습 공채여부를 판단한다. 헤럴드경제처럼 인턴제를 통해서만 채용하겠다는 경우는 없지만 공채가 지배적이었던 그간 분위기에선 분명 특수한 기조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언론사는 “오랜 시간을 두고 회사 인재상에 맞는 기자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4주~6개월 동안 다양하고 정밀하게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언 한국경제 부국장은 “공채가 한두 번 보는 것으로 끝나 지원자들은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고 회사는 알맞은 인재를 찾는 데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선배에게 일을 배워보는 과정도 평가항목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호흡을 길게 보고 맞춤형 기자를 뽑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영 파이낸셜뉴스 경영지원실장은 “미디어환경이 변하는데 기존 방식은 고답적이지 않냐는 논의가 나왔다. 채용 방식에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인턴제’는 여러 비판 소지도 안고 있다. 특히 채용 연계 인턴은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직원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신분 자체가 ‘수습’이나 ‘시용’ 직원보다 열악한 위치에 놓인다. ‘인턴’은 최선이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야 회사와 정규직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수습’보다 불리하다. ‘시용’처럼 기간 후 계약하지만 그만큼 처우는 받지 못한다. 장영석 언론노조 법규국장(노무사)은 “채용 전제 인턴은 법에서 말하는 ‘경험해 본다’는 취지를 넘어 ‘수습’도 ‘시용’도 아닌 모호한 신분이 된다. 문제제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적게 받는 일이 기존 인턴들에게 있었는데 노동조건 관련 분명한 지침을 둬야 한다”고 했다.


이들을 대하는 언론사들의 태도에서도 많은 세심함이 요구된다. 수개월을 참여하고 떨어진 지망생 입장에선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언론사 인사시스템의 부실 책임을 자신들이 떠안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기자로 일했지만 정규직 수습기자에 탈락한 한 지망생은 “실전을 경험하는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기간 중 계속 실무평가를 받으니 타 언론사 공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개월을 해도 수습으로 전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지만 도박을 거는 거다. 인턴들에게 소중한 시간이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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