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는 대형사고나 엽기적 사건이 아닌 이상 포털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지역언론사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는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무의미한 뉴스가 되어버렸다.”
“네이버 알고리즘이 바뀌고 모바일이 개편되면서 어뷰징조차 의미가 없어졌다. 어뷰징 기사를 써도 지역신문 기사는 뒤로 밀려난다. 지역 뉴스는 쓰자마자 소멸되고 증발되는 상황이다.”
“지역에서 기사를 써도 사람들은 다음날 연합뉴스로 본다. 중앙지의 지역 주재 기자들은 그걸 받아쓰고, TV와 라디오 뉴스에선 그대로 읽는다. 원본은 없어지는 거다. 포털에 지역신문이 없어도 연합이 쓰고 있으니 ‘지방지 기자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런 얘기가 나온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65%가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 그런 네이버가 콘텐츠 제휴를 맺은(CP) 지역 언론사는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등 세 곳뿐이고, 그나마도 모바일에는 한 곳도 없다. “포털에 지역언론이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네이버 등 포털의 이 같은 지역언론 차별·배제 정책에 맞서 언론노조 소속 지역신문 노조들이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 3월 전국 9개 지방신문사 발행인들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가 ‘포털의 지역언론 죽이기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지역신문 노조들이 전면 대응에 나서면서 포털을 상대로 한 지역언론사들의 공동 전선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이하 지신노협)는 지난달 26~27일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에서 워크숍과 총회를 열고 포털을 상대로 상경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포털의 지역뉴스 차별과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포털 상대 투쟁 로드맵’을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서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먼저 5월 중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포털의 지역뉴스 차별·배제를 규탄하고 각 지역 시민·노동단체, 언론학회 등과 연계해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포털의 지역뉴스 의무 게재에 관한 신문법 개정안 통과도 촉구할 계획이다. 전대식 지신노협 의장(부산일보 지부장)은 “포털 문제는 노사가 따로 없으며, 지역언론사들은 자사 이기주의를 배격하고 오로지 지역이란 연대 의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노사와 언론사의 구분 없이 지역사회 각계각층과 연대하는 범사회적인 투쟁을 제안했다.
참석자들도 포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시급히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진욱 경남신문지부 사무국장은 “네이버 모바일 개편으로 지역뉴스가 빠졌다고 하는데 다음은 아예 CP사가 없고, 네이버는 지역언론이 모바일 CP사로 들어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네이버와 다음은 물론, 중소 포털까지 모든 포털이 다 지역사를 외면하는 상황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우 경남도민일보 지부장도 “지역 신문사 지부장들이 주체가 되어 이 문제를 논의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액션 플랜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국제신문 지부장은 “네이버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지역 주민과 시민들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언론이 쓴 1보 기사보다 연합뉴스의 후속 기사가 포털에서 더 ‘대접받는’ 상황에 허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명래 경인일보 지부장은 “지역언론은 죽어가고 있고, 연합뉴스는 포털로 소매까지 하고 있으니, 현장에선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털이 지역언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넘어서 지역언론이 포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대식 의장은 “과연 지역지가 지역주민들에게 매력적인 매체인가 물으면 사실 부끄럽다. 네이버만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계기를 통해 포털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지역지도 거듭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 함께 참석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논의된 내용에 대해 중앙에서도 그 절박함을 공유하고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향후 포털업체 사측을 만나거나, 네이버노동조합 연대 투쟁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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