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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극우주의 집단·정당, SNS서 ‘아웃’

[글로벌 리포트 | 영국]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2019.04.24 12:35:02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앞으로 영국에서 극우주의 집단과 정당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은 영국국민당(BNP)을 비롯한 극우주의 단체, 이들 단체와 연루된 주요 인사들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삭제했다.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이들을 “지지하거나 칭찬을 남기는” 계정의 활동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물론 페이스북이 영국 내 극우 인사의 계정 활동을 금지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백인방어연맹(English Defence League)의 창립자로 페이스북에서 증오연설 활동을 펼쳐 온 토미 로빈슨의 계정을 삭제하고 영구적으로 그 가입을 차단한 바 있다. 로빈슨이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해 무슬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하는 내용의 글에 플랫폼의 경고가 주어졌음에도 불구, 반복적으로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이어 3월에는 “백인 민족주의자”와 “백인 분리주의자”들의 활동을 허용해 온 기존 방침을 바꿔, 앞으로 특정 단체나 개인이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이들의 계정들에 빗장을 걸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만인 지난 18일, 페이스북은 극우주의와 관련된 개인과 단체의 계정들을 12개나 삭제하기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로, 그 명단에는 영국국민당(BNP)과 이 정당의 의장을 지낸 닉 그리핀, 또 다른 유명 극우정당인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의 지도자인 폴 골딩, 전직 부국장인 제이다 프란센 등이 포함됐다. 


그 배경을 두고 가디언 등 영국 일간지들은 최근 영국 정치권에서 정파를 막론하고 호응을 얻고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정밀조사와 규제에 대한 요구를 페이스북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을 비롯해 미국에 본사를 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기간 진행된 브렉시트 지지(Pro-Brexit) 캠페인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 플랫폼 고유의 커뮤니티 지침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극우주의 단체와 정당의 계정 활동을 자유롭게 허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18일, 영국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igital, Culture, Media & Sport) 특별위원회가 무려 18개월에 걸쳐 진행한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조사’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정치컨설팅그룹 SCL에 속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애그리거트 IQ가 무단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용해 미 대선과 브렉시트 국민투표 기간 페이스북에서 프로파간다 활동을 펼친 과정이 폭로됐다. 위원회는 이를 조사하면서 페이스북이 고의로 개인정보 보호법 및 독과점 규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들이 “더는 디지털 시대의 갱스터처럼 굴 수 없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온라인 피해에 대한 백서’(Online Harms White Paper)에 대한 공공협의를 시작했다. 이 ‘백서’를 통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콘텐츠, 이를테면 아동이나 취약한 사회집단에 위협이 될 만한 불법적인 활동이나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규제 계획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공공 의견을 7월1일까지 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 유통과 특정 종교 및 인종에 대한 혐오발언 게시에 대한 규제 강화도 포함돼 있다. 결국 페이스북이 이번에 극우정당의 계정을 삭제한 것은 앞으로 영국 정부의 규제강화 지침에 따르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일을 기점으로 영국 정치권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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