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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왜 기자시험 탈락 여부 안 알려주나

불합격 사유는커녕 통보조차 없어… 냉가슴 앓는 지원자들

박지은, 강아영 기자2019.04.24 11:50:17

/뉴시스

▲/뉴시스


지난 2월 지역 신문사 수습기자 공채에 지원했던 A씨는 자신의 면접 결과를 알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했다. 면접 날 결과 발표 날짜를 알려주지 않은 채 “합격이 되면 연락 갈 겁니다”란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면접 대상자들끼리 만든 단체채팅방을 통해서야 합격자에게 연락이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일반 사기업을 준비했을 땐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기업은 구직자를 최대한 배려하는 게 보이는데, 언론사는 전화는커녕 문자도 보내주지 않아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B씨도 A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수습기자로 지원했던 한 일간지에서 불합격 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것이다. B씨는 “최종 합격자 중 이탈자가 발생해 실무 면접 탈락자를 대상으로 최종면접을 또 한 번 진행했는데, 그마저도 발표가 미뤄져 직접 전화해 결과를 물어봐야 했다”며 “시험을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을 통해 처음 최종면접을 봤던 불합격자들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두 번째 최종면접이 진행될 때까지 2주가량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 우리 같은 취업 준비생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기분으로 면접 결과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채용을 진행하며 지원자에게 불합격 여부를 알려주지 않아 취업 준비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서는 ‘oo 매체 합격 연락 도나요?’라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언론사가 결과 발표 날짜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합격자에게만 개별적으로 통보해 지원자들끼리 게시글을 올려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어서다. 보도전문채널 수습기자 공채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C씨는 “공고가 뜨고 최종 불합격까지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그때까지 하루도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꼭 합격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회사의 요구에 임했는데, 불합격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것은 정말 황당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합격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언론사가 불합격 사유를 알려줄 리는 만무하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 D씨는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면 불합격 사유는 알려줄 수 없어 문의하지 말라는 말만 쓰여 있다”며 “떨어진 이유를 모르게 되니 답답하다.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갈 때도 고칠 점을 모르니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최소한의 조치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충원 문제 같은 언론사 내부 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채용 계획 변경이나 통보 날짜만큼은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D씨도 “결과 발표날을 미리 명시하고 제날짜에 홈페이지에 공지해 지원자가 확인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언론사들은 채용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역 일간지 한 인사담당자는 “적은 인원이 인사 외에 다른 업무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에게 탈락 사유를 일일이 설명할 여력이 없다”며 “아무래도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한 인사팀장도 “일단 지원자가 몇십명 수준이 아니라 몇백명, 많게는 1000명도 넘어가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어 합격 여부를 문자로 통보하는 걸 꺼린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 건 현행법상 위반이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채용 일정, 채용심사 지연의 사실 등 채용 과정을 알려야 한다. 제10조에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련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기업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구직자가 지원 기업에 채용 여부에 관한 사유를 요청하는 경우 14일 내로 답변을 주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는 물론 불합격 여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상 기업이 구직자에게 불합격 통보를 하지 않는 건 처벌 규정도 없어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법 제도 개선까지 가지 않더라도 언론사라면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기에 전향적인 자세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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