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뉴스는 없었다. 이것은 뉴스인가 예능인가.’
본격 예능형 뉴스를 표방한 MBC ‘로드맨’의 실험이 반년차를 맞았다. 예능과 뉴스의 이종 결합에 따라붙었던 무수한 물음표들은 상당부분 느낌표로 바뀌었다. 매주 토요일 〈뉴스데스크〉 고정 코너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방송대상’ 웹콘텐츠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MBC에서 이런 것도 하네’라는 반응이면 족하다던 1차 목표는 이미 넘어섰다. 그래도 여전히 “매 순간 신약 테스트를 하는 심정”이라는 ‘로드맨’ 팀을 지난 5일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났다.
‘세상에 없는 뉴스’를 해보자. 시작은 그랬다. MBC의 ‘암흑기’ 시절을 뉴미디어국에서 보낸 남형석 기자는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라 우리 뉴스를 안 보는 게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뉴스를 보게 할까’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예능과의 결합이었다. 다만 “형식은 연성이되 내용은 경성인” 뉴스를 지향하기로 했다. 그렇게 “뉴스의 탈을 쓴 예능과 예능의 탈을 쓴 뉴스,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은 ‘로드맨’이 탄생했다.
예능 작가를 섭외하고, 다양한 ‘드립’까지 준비해 시작은 했지만, 막상 〈뉴스데스크〉에 내려니 걸러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렇게 버려지는 NG 장면과 B컷 등을 모아 유튜브용으로 제작하고 ‘로드맨 매운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TV 뉴스용은 자연스레 ‘순한맛’으로 불렸다. 현재 로드맨 통합 조회수의 80% 가까이가 유튜브에서 발생하고, 그 중 ‘매운맛’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매운맛’ 영상은 편당 조회수가 20만 건을 넘거나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인기 비결은 로드맨의 ‘예능감’만이 아니라 ‘현장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로드맨(roadman)의 슬로건은 ‘길 위에 답이 있다’. 아파트 선분양제도, 3기 신도시 정책과 서울공화국의 문제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가며 답을 찾는다. 소위 ‘야마(핵심)’를 정해놓고 전문가 인터뷰로 구색을 맞추는 방식이 로드맨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기존의 구성이 바뀌어 ‘쪽대본’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다. 데스킹 과정도 다르다. 남 기자가 작성한 구성안과 대본을 데스킹하는 것은 예능작가의 몫이다. 2명의 작가와 1명의 보조작가는 감각적인 자막을 넣고 뉴스에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재미가 늘 우선인 것은 아니다. 로드맨의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염규현 기자는 “로드맨의 근간은 팩트맨”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의명 기자가 담당하는 팩트맨은 7분짜리 영상에서 40초 정도 팝업 형태로 등장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빠르게 설명하고 사라진다. 이런 팩트맨의 존재는 로드맨을 ‘예능형 콘텐츠’가 아닌 ‘뉴스’로 각인시키는 중심 추 역할을 한다.
염 기자, 조 기자와 달리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 남 기자는 방송뉴스에서는 생소한 ‘기획PD’를 자처한다. 신문기자에게는 바이라인이, 방송기자에게는 출연이 생명이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남 기자는 “앞으로는 뉴스도 기획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첫 시도라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번 기회에 기획 PD의 필요성을 알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 기자는 자신을 ‘MBC 기자’가 아닌 ‘로드맨’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게 아니라 두렵다”고 느낀다. 그만큼 미디어 환경이 변했고, 자신의 미래도, 로드맨의 미래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보람을 느끼는 건 현장이나 댓글의 반응을 확인할 때다. “‘원래 뉴스 안 보는데 정신없이 보다보니 끝났네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반갑죠.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챙겨보는 것이 건강한 유권자가 되는 길이고, 그게 결국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해요. 웃으면서 보더라도 뭔가를 남기는, 그런 보람을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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