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방송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는 7일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정책 및 심의 기구 성불균형 개선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2017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 국민의 62.6%는 여성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성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23.4%)와 낮은 여성 임금(22.7%)에 이어 대중매체의 성차별·편견·비하(16.4%)가 꼽혔다며 성차별 해소를 위한 방송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방송사업자의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 항목에 양성평등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지상파TV의 경우 총 900점 만점의 방송평가 항목 중 양성평등과 관련된 것으로 ‘여성/장애인 고용평가’가 유일한데 배점이 20점에 불과한데다가 평균 직원 수 대비 여성 직원 수의 비율만 평가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천 노력에 대한 평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양성평등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여 간부직의 성별 비율을 평가하고 방송사의 양성평등 실천 노력에 대하여 추가 점수를 부여하면 방송사의 성차별적 보도와 제작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가 이날 함께 발표한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7개 채널 저녁종합뉴스의 여성 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80.0%)이고, 남성 앵커는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87.7%)으로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의 구조가 거의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앵커의 역할 분담도 달라졌다. 클로징 멘트를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비율이 69.3%인 반면, 오프닝 멘트는 남성 앵커가 전담하는 비율이 65.7%로 가장 많았고, 여성 앵커가 전담한 경우는 10.6%에 불과했다. 남성 앵커는 주로 정치뉴스를(55.8%), 여성 앵커는 경제뉴스를(63.3%) 주로 담당했다. 취재기자 역시 여성 기자는 문화관련(42.2%), 생활정보(38.5%), 날씨(38.3%), 사회 일반(36.4%) 뉴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취재했고, 반대로 남성 기자는 환경(77.1%), 해외(74.9%), 사회-비리(74.3%), 북한관련(69.4%), 사회사건사고(68.5%), 군사(67.1%) 뉴스를 더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성별 격차가 훨씬 심했다. 2017년 분석 대상 시사토크 프로그램(40개)에서 남성 진행자 비율은 90%, 여성은 10%로 나타났다. 전체 출연자(198명)에서도 여성은 21명으로 10.6%에 불과했다. 이처럼 시사토크 진행자와 출연자가 주로 남성이라는 점은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권위는 “방송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것을 방지하고 양성평등 제고를 위하여 미디어다양성 조사 항목에 시사토크 장르를 포함하는 등 조사항목을 확대하고,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를 도입”할 것을 방통위원장에게 권고했다. 이와 함께 조사 결과를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요약해 방송 제작자에게 배포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또 방통심의위원장에게 “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로 성평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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