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11번과 13번 조항이다. 먼저 11번은 콘텐츠 저작권자들의 경제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링크세’(link tax) 신설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화되면 신문사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에 링크되는 기사 링크나 ‘정보 한토막’(Snippet)에 대하여 이용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13번 조항의 경우,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제작하고 공유하는 GIF, 리믹스 음악, ‘밈’(meme)과 같은 광범위한 이용자창작콘텐츠(UGC)의 유통에 대한 여과 장치(filter)의 도입을 밝히고 있다. 플랫폼이 이러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미리 차단하도록, 이른바 ‘업로드 필터’(upload filter)를 설치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내용이다.
이 13번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현재의 인터넷 문화의 이용 행태가 ‘자유문화’(free culture)에서 ‘소유문화’(owned culture)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지난 6월부터 ‘창의성을 위한 저작권’(Copyright 4 Creativity)이라는 이름의 정치 캠페인이 등장, “13번 조항의 도입은 당신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모든 콘텐츠의 광범위한 검열을 강요할 것”이라며 반대론을 이끌어 왔다.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이쪽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입법자들은 저작권 제도의 유지와 저작권자의 권익 보호에 손을 들었다. 정식으로는 ‘2018년 유럽연합 저작권 지시’(Copyright Directive 2018)라 불리는 이번 법안은 앞으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연합 28개 회원국들간의 협상을 거쳐서 내년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미 ‘가디언’과 같은 영국 언론은 이번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브렉시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 정치권은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다. 현재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서 그 법안의 도입을 협상할 지위에 있지만 그 최종안이 나올 내년에는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따라서 입장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권 사정과 여론에 맞춰 법안의 골자만 받아들일 수도,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도 있다. ‘데일리 메일’은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이후에나 유럽연합의 저작권 개정에 “따라갈지”, 따로 투표할 것이라 점쳤다.
그 결과에 따라 수익 활동에서 직접적인 변화가 있을 영국 신문사들은 여전히 이번 결정에 대한 관심이 크다. BBC와 같은 공적서비스방송을 비롯해 ‘데일리메일’, ‘가디언’ 등의 일간지들이 저작권법 개정이 신문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실제로 신문사들에게 기사 링크나 ‘정보 한토막’의 제공에 대하여 대가를 치를 경우, 산업 전체의 수익 활동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은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이 아닌 중소 플랫폼들은 그러한 ‘링크세’ 지불을 피하기 위해 뉴스서비스 자체를 폐지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실제 4년 전 스페인에서 비슷한 제도가 도입되자 구글마저 뉴스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이 됐다.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경우, 신문사들의 콘텐츠 유통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력 신문이 아닐 경우엔 온라인과 모바일 이용자 수가 줄어들 것이다.
‘가디언’의 전직 기자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벨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이번 결정이 오히려 저널리즘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링크세’를 낼만한 형편의 플랫폼 위주로만 뉴스 소비가 이뤄져 온라인에서의 뉴스 유통 구조가 왜곡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법안은 최종 승인된다면 여러 이유로 우리 신문산업과 미디어 정책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