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밤샘'부터 폐지… 새로운 수습 교육, 첫 발걸음

[수습기자 경찰서 붙박이 교육, 역사 속으로]
경향, 2016년 언론계 첫 폐지
KBS·MBC도 대체교육 마련
일각 "기자 기본기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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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꼬미하는 수습기자들은 경찰서의 비좁고 열악한 2진 기자실에서 두세 시간씩 쪽잠을 잔다.

▲하리꼬미하는 수습기자들은 경찰서의 비좁고 열악한 2진 기자실에서 두세 시간씩 쪽잠을 잔다.


일부 언론사에서 폐지됐던 ‘하리꼬미(경찰서 붙박이 교육)’가 ‘주 52시간 근무 시대’와 맞물려 기자사회에서 사라지게 됐다. 기자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코스로 인식됐던 하리꼬미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시대적 흐름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훈련 구실로 잠을 거의 재우지 않거나 욕설과 모욕적 발언이 일상이었고, 변화하는 미디어생태계를 따라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향신문, 한겨레, KBS 등 일부 언론사에선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 이미 하리꼬미를 폐지하고 다른 방식의 수습교육을 모색하고 있었다.


KBS는 지난 3월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며 하리꼬미로 불린 수습교육을 폐지했다. 파업 이후 내부에서 기존의 수습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계기였다. 김정환 KBS 사건팀장은 “보도본부 차원에서 없애자는 결정이 나왔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맞춘 것도 있지만 인력이나 자원에 비해 기존 방식의 교육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상반기 KBS에 입사한 수습기자들은 2개월간 하리꼬미 없는 사회부 교육과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교육을 받았다. 사회부 교육은 야간에 발생하는 사건·사고 교육은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에 따라 조별로 오전과 오후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보도기획부와 사회2부가 협업해 만든 내부 교육이 추가로 실시됐다. 강나루 KBS 보도기획부 기자는 “기존 수습교육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기도 하고 실제 달라진 매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보도기획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2주 정도 집합교육을 했다”며 “탐사보도 관련 특강, 생방송 중계차 참여 교육, 방송 출연 교육 등을 실시했다. 특히 출연 교육 같은 경우엔 직접 스튜디오를 빌리고 앵커와 PD도 섭외해 온에어 환경을 구축한 뒤 진행했는데 수습기자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역시 지난해부터 하리꼬미를 없앴다. 교육 실효성 면에서도, 인권 면에서도 굳이 경찰서에서 밤새우면서까지 수습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노현웅 한겨레 시경캡은 “마지막 보고를 받고 퇴근시키는 식으로 사회부 교육을 진행했는데 오히려 수습기자들이 원해 한 달 간 하리꼬미를 실시했다”며 “궁극적으로 경찰서를 도는 식의 수습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예컨대 복지 전달 체계가 수사 상황보다는 시민들의 삶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민센터를 도는 식의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데, 사건보도 관행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구체화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2016년 언론사에선 가장 처음으로 하리꼬미를 없앤 경향신문도 지금까지 부서별 순환교육으로 하리꼬미를 대체해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당시 논의를 거쳐 사회부 교육 기간을 대폭 줄이고 각 부서마다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짜 1~2주씩 교육하는 방식으로 수습교육 방안을 마련했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한번에 5~6명이 들어오니 A조, B조로 나뉘어 부서별 순환교육을 받고 있다”며 “나 때만 해도 집회 현장조차 안 보낼 정도로 경찰서 순환교육에만 올인했는데 벌써 두 기수째 이 같은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근기법 시행에 맞춰 일부 언론사들도 교육 방식을 개선했다. MBC는 취재윤리 교육, 리포트 교육, 오디오 교육 등 각종 취재교육을 먼저 시키고 현장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엔 현장에서 수습기자가 알아서 깨우쳤지만 이젠 기본 교육으로 현장 적용을 돕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도 4개월간 경찰서 하리꼬미만 돌던 것을 2개 조로 나눠 사회부, 국제부 각각 2개월 근무 체계로 바꾸고 나머지 두 달은 사진, 뉴미디어 부서와 함께 정치, 통일외교, 문화부 등의 부서를 순환근무토록 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변화한 교육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박홍두 경향신문 시경캡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등 하리꼬미에 어느 정도 효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엔 부서별 순환교육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우려가 있었다. 부서교육이 너무 많고 기획팀에 파견된 수습까지 있어 기본기가 약화된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 때문에 올해에는 그런 부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경캡도 “반론 당사자를 만난다거나 누구를 취재할 것인지 배운다는 점에서 하리꼬미는 기본적인 매뉴얼을 교육하는 방식인데 그런 부분이 아예 사라지는 게 매우 우려된다”며 “하리꼬미가 강압적, 도제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내에서 최대한 기존의 교육 방식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하리꼬미를 폐지한다고 기본적인 취재 방법을 습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우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호찬 MBC 시경캡은 “기존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권 침해적 요소가 많은 상황에선 우선 교육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수습기자가 취재 기술을 습득하는 데 하리꼬미 방식이 더 유용한지, 아니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낮에 경찰서 돈다고 취재 방법을 못 배우는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강아영·김달아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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