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부정 배후에 '대치동 브로커' 있다

제32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 중앙일보 선데이국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선데이국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선데이국 강홍준 기자

2017년 11월 17일 익명의 제보자가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입시 브로커가 수천만원을 받고 장애인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학생들을 장애인특별전형을 통해 부정입학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맨 마지막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장애인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뺐었으니 정유라 입시보다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해요.” 필자는 ‘아무래도 그렇지 어떻게 더 악질적일 수 있나’ 라고 생각했다. 장애인특별전형은 농어촌특별전형 등과 함께 사회배려자 전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정원외 전형이다.

 

제보자를 직접 만나 해당 학교와 부정입학 학생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놀라운 것은 장애인증명서라는 공문서가 위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어 대학을 직접 찾아가 사실 확인 절차를 밟았다. 대학은 ‘학생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 대학은 아예 재학 여부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직접 학생을 찾아 학과 사무실이나 강의실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재학 여부가 확인된 이후에도 문제는 또 있었다. 대학은 입시 서류 위조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으며, 공개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기자의 요청에 따라 전국 대학의 장애인특별전형 관련 서류 위조 여부를 조사했다.

 

이처럼 조사가 시작되자 대학이 취재에 협조했다. 위조된 증명서 서류를 제공해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원본과 대조하기 위해 위조 서류의 직인이 찍혀 있는 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어떻게 위조가 가능했는지 취재했다. 공문서가 위조될 수 있다는 걸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는 멘트도 따냈다. 또한 대치동 학원가를 직접 돌며 부정입학 학생 배후엔 입시브로커 Y씨와 L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자는 입시 브로커가 도주할 경우 부정입학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을 수 있어 경찰청 특수수사과와도 공조했다.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는 12월 24일자(’대입 부정 배후에 대치동 입시브로커 있다, 위변조 쉬운 장애인 증명서 별도 검증 안하는 점 파고들어) , 12월 31일자(장애인전형 부정입학생 수능시험도 부정 응시했다, 입시브로커 자신의 장애인 증명서에 학생 정보 위조) 연속으로 취재 결과를 1면과 3면에 보도했다. 31일자 기사에 나온 입시브로커 Y씨와 L씨는 한 학생 당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도 확인됐고, 이들은 한 달 뒤인 1월 24일 구속됐다.

 

공문서까지 위조해 대학을 보내는 브로커, 이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건네는 학부모, 이렇게 얻은 입학증으로 대학생이 된 비장애인 학생.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대학에 가겠다는 건 탐욕일 뿐이다. 이런 부정입학, 오래전부터 있긴 했다. 과거엔 공문서까지 위조하진 않았지만 익숙한 모습이다. 정유라보다 더 악질적인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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