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새 지평 열어준 독일어 독학

[그 기자의 '좋아요']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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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데어(der), 데스(des), 뎀(dem), 덴(den), 디(die), 데어(der), 데어(der), 디(die)…’. 1990년대 초반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웠던 또래라면 다른 건 다 까먹었어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관사 격변화다. 영어도 벅찬 상황에서 배운 독일어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삶에서 독일어는 정관사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지내 왔다. 이런 독일어를 독학하기로 마음먹은 건 2015년 4월. 공항철도로 출근하면서 독서도 하고 모바일 기사도 읽으며 나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냈지만 더 생산적인 걸 고민하다 내린 결과였다.


‘독학이 가능할까?’.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예상대로 처음에는 완전 ‘맨땅에 헤딩’. 치를 떤다는 정관사와 소유대명사 격변화에 문법 체계와 표현 방식까지 영어와 다소 달라 독일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헤매기를 8개월. 갑자기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처럼 초급 교재가 눈에 안착했다. 이후 중급 독해, 대학생용 실용회화 책 4권을 파고들며 자신감이 더 붙었다.


외국어를 독학하며 체득한 최고 장점은 가성비다. 지금까지 구입한 독일어 교재 비용은 10만원 초반대. 이 책들과 2년 반을 동고동락했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 가성비는 세월에 비례해 더 높아진다. 또한 외국어는 원어민과 공감의 폭을 넓혀 의사 소통의 국제화에도 유용하다.


내 책장에는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몽골어 4개국 교재들이 꽂혀 있다. 현재는 독일어에 집중하느라 동부전선(러시아어)과 서부전선(프랑스어)은 휴전 중이다. 몽골어 교재는 한국기자협회 사랑나눔봉사단 활동 차 몽골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지 못한 반성으로 비치했다.


남은 인생을 감안할 때 독일어를 제외한 다른 외국어의 중급 수준 도달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다양한 외국어 공부를 통해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글로벌 소통 능력을 부단히 갈고 닦는 것이다. ‘Übung macht den Meister’. 열매는 노력의 결과임을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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