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결탁한 '빠순이'언론 있다"

'조중동' 비판 '사랑해 오빠' 작곡한 윤민석씨

민중가요 히트곡 여럿

87년 공정보도 촉구

KBS 점거 시위 구속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선 친일도 독재 찬양도 서슴지 않고 자기 뒤를 봐주는 놈에겐 그 어떤 죄악도 눈을 감아주지 반공이라는 썩은 칼을 들고 공갈치고 협박하는 조폭신문 고마해라 마이무따 고마해라(후렴-사랑해 오빠 우리는 조중동/누가 뭐래도 우리만 믿어/귀여운 오빠)”

올초 ‘반칙왕’ 오노 선수를 맹공격한 노래 ‘Fucking, USA’를 만들었던 윤민석 씨가 최근 ‘사랑해 오빠’로 ‘조중동’을 겨냥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의 한 여고에서 “여러분들을 보니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당에도 많아요”라며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가리키는 ‘빠순이’라는 말을 여고생들에게 잘못 사용해 벌어진 해프닝을 계기로 만든 것이다.

“이회창 총재가 빠순이나 옥탑방을 모른다고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어요. 그것보다는 ‘우리 당에도 빠순이가 많다’는 대목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느껴졌어요. 한나라당의 빠순이는 과연 누굴까, 언론 폐해를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조중동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총력을 쏟고, 야합하고, 상대방에 대해선 따옴표 뒤에서 공격합니다.”

오래 전부터 가져온 언론에 대한 비판의식을 ‘빠순이’ 발언을 계기로 노래화한 것이다. 윤씨는 87년부터 민중가요 작곡,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대협 진군가’ ‘애국의 길’ ‘서울에서 평양까지’ ‘편지’ 등은 운동권 내에선 굵직굵직한 ‘히트곡’으로 꽤 유명하다. 언론에 대한 노래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87년 공정한 대선보도 촉구를 위해 KBS 사옥을 점거하면서 현조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적이 있으니 언론과의 인연이 처음이지는 않다.

그는 친일 부역과 독재정권 찬양으로 이어지며 자기 기득권을 극대화해온 일부 언론의 행태가 한국 사회를 왜곡되고 뒤틀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로 모든 것을 재단했고, 우리 사회에는 옳은 목소리가 구현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친일파 정리를 못한 게 근현대 사회 부정부패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친일 부역에 앞장 선 조선일보는 한번도 조국과 민족 앞에 사과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친일파 존속 이데올로기로 반공을 이용했고, 분단에 근거해 스스로를 살찌우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죠. 프랑스 언론이 나치치하에서 자진 폐간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조중동’이라고 묶으면 동아, 중앙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오십보백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각기 논조의 차이는 있겠지만 역사의 당위성이 구현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이다. 언론의 문제는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현대사의 총체적 모순이 집약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언론인들이 역사 앞에서 무한 책임을 느꼈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상업가요는 상품을 만들지만 민중가요를 만드는 사람은 상품이 아니라 삶을 얘기해요. 싸우자고 했으면 나도 싸워야 합니다. 내 노래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후배를 보면서 내가 지금 싸우고 있지 않다면 후배들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생각합니다. 언론인들도 자기가 쓰는 기사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꼈으면 합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박주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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