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사장이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사업가 하모씨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라고 압박했다”며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한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MBC본부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지난 2016년 2월 사업가 하모씨를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에게 소개했다. 하씨는 이날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백 본부장과 자산개발국장을 만나 여의도 부지를 4800억원에 팔라고 요구했다.
당시 여의도 사옥 부지는 MBC와 외부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로 가닥이 잡혔고, 방문진 이사회 추인을 받은 상황이었다. MBC 자산개발국은 공동개발 입장을 변경하기 어렵고, 공개매각 절차 없는 수의계약은 사규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하씨에게 전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2012년 6월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4800억원을 일시불로 준다더라” “현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느 은행에서 1조원 보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의계약 안 될 이유있나” “4800억원에 일시불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수의계약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것은 그냥 팔기 싫다는 이야기지요”라고 말했다.
실무를 담당했던 오정우 당시 미디어사업본부장은 노조와 인터뷰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조금 세게 접근했으며 월권이자 압력으로 기억한다. 방문진 이사장이 소개했다는 이유로 일개 부동산업자인 하씨를 중요 인사로 대해야 했으며, 하씨가 수차례 자신을 찾아와 ‘이러다 다친다. 왜 안파냐, 방문진 쪽 이야기를 안 들으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하씨와 관계 등을 묻는 노조의 질문에 “차 한 잔 얻어 먹은 적 없다. 좋은 제안을 하겠다고 해서 만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취재 결과, 하씨는 경남지역 신문사의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했으나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수년 전 사업상 필요로 명함만 파줬는데, 아직도 명함을 들고 다니냐”고 했다. 하씨는 또 한 대형건설사를 사업 파트너로 해서 1조원 지급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건설사 담당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씨가 세운 ‘여의도 프로젝트’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 사무실은 문이 잠긴 상태였고 등기에 하씨의 이름은 없었다고 노조는 밝혔다.
김연국 노조위원장은 “고영주 이사장의 행태는 방문진 권한을 남용한 월권행위”라며 “고영주 이사장이 수의계약을 통해 팔라고 압력을 가했는지, 고 이사장과 하씨와의 관계는 어떤 사이인지,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검찰에 수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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