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플루트

[그 기자의 '좋아요'] 신광하 목포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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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하 목포MBC 기자

플루트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축제 때였다. 검은 정장의 남성 플루티스트가 관현악단과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1번(K.313)’을 협연했다. 갸날픈 악기에서 관현악단 전체를 압도하는 고음이 나오고, 때로는 공기를 휘감아 객석 전체를 하늘 끝으로 올려버리는 ‘하이C’를 연속 4마디 이상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맛보는 희열이었다. 플루트는 리드 없이 입김을 그대로 불어넣어 연주하는 악기로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일정 수준 연습을 한다면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전문 연주자가 되기까지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 역시 나름 첫 무대에서 ‘공포의 삑사리’를 경험한 뒤, 연주자의 길(?)을 포기하고, 훌륭한 관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플루트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한 것은 바흐와 모차르트, 드뷔시 등 3명의 천재를 만나면서부터다. 먼저 바흐는 진정 독주 악기의 묘미를 아는 작곡가이다. ‘무반주 플룻 파르티타’는 단선율 악기인 플루트의 독주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사실 바흐의 유일한 솔로 플루트 작품인 파르티타를 듣다보면 청초한 분위기가 허공에 울려 퍼지면서 묘한 운치와 여운을 남긴다.


모차르트에게 플루트는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당시 플루트는 음정이 부정확한 악기였고, 훌륭한 연주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자신이 쓴 곡마다 최대의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차르트는 이 때문에 플루트를 위한 곡을 쓰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가장 가난했던 시절 생계를 위해 단 두곡의 플루트 협주곡(K.313, K.314)을 썼는데, 현재 이 곡들은 플루티스트라면 반드시 연주해야 하는 명곡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낭만주의 프랑스 음악가인 드뷔시는 플루트의 전설을 들려주는 작곡가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목축의 신 ‘판’과 요정 ‘시링크스’의 애잔한 이야기를 플루트는 몽환적인 선율로 노래한다. 예쁜 여성만 보면 달려드는 못된 버릇을 가진 ‘판’은 이루지 못한 욕망을 담아 갈대 피리를 불고, 그 선율은 그대로 플루트에서 새로운 소리로 창조되어 듣는 이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내 작은 서재에서 가장 오래된 스피커에서는 오늘도 바흐의 ‘무반주 플룻 파르티타’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늘 하루를 잘 견뎌온 이에게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선사하는 플루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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