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욕심 내려놓고 MBC 떠나라"

[릴레이기획]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①양기대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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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재건을 위한 MBC와 KBS 구성원들의 파업 열기가 뜨겁다.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에 부응하는 국민의 지지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MBC·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리겠다고 나선 양대 공영방송 구성원의 싸움을 응원하는 외부의 목소리를 싣는다. 첫 번째로 김장겸 MBC 사장과 언론계 입문동기인 양기대 광명시장이 김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뉴시스

병마와 싸우면서도 공정방송 꿈
포기하지 않은 용마 소식에 마음 아파

 

태극기 부대가 김장겸 지키겠다고
시위하는 모습은 차라리 희극


참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88년 봄, 나는 동아일보 기자로, MBC 기자인 당신을 처음으로 만났지요. 나보다 몇 개월 입사가 빠르지만 언론계 입문 동기로서 경찰서와 사건 현장에서 김 사장을 만나면서 소중한 인연을 맺었지요.


언론계에선 동기들끼리는 소속 언론사가 달라도 ‘죽마고우’로 정을 쌓고 평생 동기로 지내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지요. 이십대 청년 기자 김장겸과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병원 영안실 등 사건사고 현장을 샅샅이 뛰며 취재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나는 동아일보에서 15년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두루 거치며 부패한 권력의 잘못을 가차 없이 질타하는 기자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리고 신문사 차장을 끝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광명시장으로 일하는 동안, 김장겸 기자는 MBC 런던 특파원과 정치부장,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기자로서 ‘꽃길’을 걸었지요. 그래서 승승장구하는 당신에게 가끔 축하전화도 하고 모임에서 만나면 덕담을 했던 기억에 납니다.

 

그런 언론계 동기 김장겸이 MBC 사장이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올 초부터 들려오는 뉴스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이 참석하여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이 참석하여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 김장겸 사장이 언론계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으로 MBC 기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소식에 당황했습니다. “김장겸 사장은 사장 취임 전에도 보도 부문의 인사권자로서 불공정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징계하고 부당 전보하고, 사장 취임 이후에도 기자와 PD들을 무더기로 부당 전보했다”는 언론노조 MBC본부의 주장에 대해선 당신의 상식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기자시절부터 인연을 맺고 지내온 상당수 유능하고 의로운 기자들이 여기저기 부서를 옮겨 다니면서 핍박을 받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특히 방송기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고교 후배 이용마 기자가 해직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MBC 공정방송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선배로서 자괴감도 느꼈지요. 그러나 후배 기자들의 마이크를 빼앗고 거리로 내몬 MBC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거세지면서 나는 '사필귀정'이란 문구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당신이 언론계 입사동기로서 존경받는 경영진이 되길 한때 바랐는데 최근 당신이 보인 행동은 점입가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욱 씁쓸하네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MBC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계속 불응해오다 지난 5일에야 출석하면서 “취임 6개월 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느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요. 당신이 고용노동부의 정당한 소환을 ‘언론탄압’이라며 버티자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탄압’이라고 맞장구를 치며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는 모습도 가관이더군요. 태극기 부대가 김장겸을 지키겠다고 당신 집 앞과 서부지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은 차라리 희극이었소.

 

지금 MBC와 KBS 언론인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전면 파업을 하고 있소.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비호 아래 김재철, 안광한 사장에 이어 당신 김장겸 사장이 당신의 선후배, 동료들을 부당하게 해직시키고 처벌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지요.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투병 중인 당신 후배 이용마 기자를 떠올려보기 바라오. 이용마 기자가 왜 MBC에서 해직되었는지,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는 선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 사장, 지금이라도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MBC 사장직에서 사퇴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떠나고 공영방송이 정상화되어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참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언론계 동기의 진심어린 마지막 충언입니다.

▲양기대 광명시장. 광명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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