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장충기 문자'에 비친 언론인의 민낯

광고·협찬요구, 자녀 취업청탁…시사IN 단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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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517호 커버스토리 ‘그들의 비밀 대화’에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언론사 전·현직 간부와 기자들이 장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포함됐는데,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거나 자녀의 취업청탁을 요청하는 낯 뜨거운 내용들이다. 기사로 보답하거나 보도하지 않도록 얘기하겠다는 모습도 나온다.

 

문화일보의 한 간부가 장 전 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이다.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 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주십시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CBS 한 간부는 자신의 아들을 삼성전자에 취업시켜 달라고 청탁했다.

 

“제 아들이 삼성전자 00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 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봐 온 집안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간부는 문자 메시지에 자녀 이름과 수험번호 출신 대학까지 적시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끊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CBS 노조는 8일 “사실 확인 결과 그 간부는 지난해 7월 명예퇴직한 이모씨이며, 청탁이 이뤄진 시점이 퇴직 전 재직 당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회사의 정확한 사실 해명 및 반성과 유감 표명 △CBS 전 직원을 향한 이모씨의 사과문 작성 및 공개 △이모씨에 대한 CBS 명예훼손 소송 진행 등을 요구했다.

 

전 서울경제신문 간부는 2015년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사외 이사 선임 민원을 했다.

 

“염치불구 사외 이사 한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000 그만두고 000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 노조는 8일 “노조가 확인한 결과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한 간부는 2014년에 회사를 떠난 박모 부사장으로 밝혀졌다"면서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한 시점이 우리 회사를 퇴직한 이후라도 이런 청탁 행위 자체가 서울경제신문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직원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해당 전직 간부에게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사측에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5년 면세점 신규 4곳이 발표되던 때, 매일경제 기자는 “존경하는 실차장님! 어제 감사했습니다. 면세점 관련해 000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2016년 7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보도가 나왔던 당시 연합뉴스 한 간부는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고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어려워져갑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연합뉴스 노조는 8일 "조복래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와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현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은 '국가기간통신사'가 아니라 '삼성기간통신사' 소속인 것만 같다"며 "당신들은 연합뉴스에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가 있다’는 말은 시쳇말로 ‘어이가 없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기업의 총수가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현실은 놔둔 채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만 성토하는 것이 언론사 편집인이 할 말인가”라며 조 상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서 TV조선의 보도 방향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시사IN은 밝혔다.  

 

“방상훈 사장이 조선과 TV조선에 대한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습니다. 변용식 대표가 자리에 없어 000에게도 기사 취급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왔습니다.”

 

한편 CBS는 시사IN 보도와 관련해 8일 한용길 사장 이름으로 “부정한 인사청탁에 전직 CBS간부가 연루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CBS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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