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

제32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KBS 경인방송센터 양성모 기자

▲KBS 경인방송센터 양성모 기자

기자들은 ‘팩트’ 확인에 놀랍도록 집착한다. 하지만 때를 놓쳐서든, 사람을 놓쳐서든, 팩트로 향하는 길이 사라져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4살 여자 아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에 걸렸다. 이후 합병증으로 찾아온 HUS(용혈성요독증후군)로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당장 궁금한 건 아이의 신장장애가 햄버거 때문이냐다. 맥도날드는 같은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개 이상 팔렸지만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찾았던 병원은 초기 치료시기를 놓쳤고 균 배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부의 역학조사도 없었다. 지난해 9월의 일이니 인과관계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왜 이렇게 늦어졌나? 취재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맥도날드는 고객에게 병의 원인이 적시된 진단서를 요구했다. ‘어느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먹었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이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어느 의사도 환자의 말을 토대로 진단서에 제품명을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과관계 확인은 우회로를 선택했다. 취재과정에서 햄버거 패티가 덜 익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출혈성 장염이 종종 발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품 전문가들은 “아동은 더 쉽게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HUS에 이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맥도날드의 무리한 요구와 아이들에게 햄버거는 위험하다는 사실. 내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이 두 가지였다. 반론에 재반론이 이어지면서 인과관계의 가능성은 더 명확해졌다. 이제 논쟁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팩트로 향하는 길이 다시 복원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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