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보고…'먼지 전북'의 비밀

제32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전주 보도국 이지현 기자

▲KBS전주 보도국 이지현 기자

2011년쯤으로 기억한다. 새만금 방조제 도로를 달리다 하늘을 온통 누렇게 뒤덮은 먼지를 처음 마주쳤다. 뭍으로 변한 새만금 내측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먼지덩어리, 문제가 심각하다 느껴 곧바로 인근 지역 안과에 전화를 돌렸다. 2개 병원에서 안질환자가 특별히 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로썬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언젠가 새만금 내측이 한국판 황사 발원지로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


대규모 산업단지 하나 없는 전라북도는 ‘농도(農道)’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전국 최악의 대기질에 시달리며 도민들이 안질환과 호흡기 질환 같은 심각한 피해에 노출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미세먼지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원인 역시 정부가 발표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주원인으로 간주한 채 전북만의 실체적 진실은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새만금을 다시 찾았다. 수년 전 봤던 극심한 먼지덩어리를 또 마주하니 아이러니하게도 반가웠다. 이 지독한 먼지의 실체를 세상에 알릴 생각을 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새만금은 이미 여의도 면적의 55배가 넘는 1억6000만㎡의 갯벌이 뭍으로 드러난 채 내부 개발과 함께 사막의 모래폭풍 같은 갯벌먼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최고 300㎍이 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굵은먼지 등을 쏟아내는 현장의 수치를 직접 측정해 보도했다.


방송이 나가자 반응이 뜨거웠다. 지역환경단체들은 그간 미궁 속에 빠져있던 전라북도의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원인이 밝혀졌다며 논평과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방과 중앙 언론에서도 호응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덕분에 새만금 공사를 총괄하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사과를 받고, 먼지에 고통받던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약속받았다. 또 방송을 통해 지적한 새만금발 미세먼지가 얼마나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한 연구 과제 수행 계획도 수립됐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미세먼지의 심각한 실태와 여러 가능성 큰 원인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제 정확히 원인을 밝히고, 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을 지켜볼 것이다. 그게 언론의, 방송의 사명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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