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하여

[그 기자의 '좋아요']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음악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


음악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게 변변치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무슨 레이블을 따로 좋아한다고 하기는 조금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꼽자면 붕가붕가레코드다.


취향보다는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초 구질구질한 대학 동아리방에서 굴러다니던 꼬질꼬질한 인간들의 시절. 몇몇 대학생이 기울어가는 대학 잡지 동아리방을 접수한 다음 인터넷 언론사를 만들어서 이것저것 했다. 성분도 다양하고 하고 싶은 것도 제각각이던 가운데는 음악하는 자들도 있었다. 음악비평을 하든 음악생산을 하든 ‘독창적’이기를 추구하는 게 특징이었다.


거기서 싹이 터서 자라난 것이 붕가붕가레코드다. ‘곰사장’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고건혁 대표가 만들었다. 그가 몇몇 인터뷰에서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데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획자가 됐다”고 하던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의 전공은 베이스였는데, 들어줄 만 했지만 주변에 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노래는 늘 못했다.


대신 주변의 뛰어난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재주는 기똥찼다. 붕가붕가레코드 설립 초기 (집에서 녹음하고 CD로 굽는)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앨범을 낸 이들 중 지금은 꽤 이름이 알려진 뮤지션이 적지 않다. 눈뜨고코베인, 아마도이자람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같은 초기 멤버들부터 시작해서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생각의 여름, 실리카겔, 로다운 30 등으로 소속 아티스트를 늘려가고 있다. 원래 잘 하던 사람들이지만, 붕가붕가레코드라는 좋은 인디 레이블이 그들과 세상을 연결해 준 공도 크다. 장기하와 얼굴들(현재는 독립)이 대박이 나기 전, 곰사장이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보며 대박 조짐을 느끼던 모습이나 주요 TV쇼 3곳에 초청된 뒤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고 기뻐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솔직히 이렇게 오래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특히 이 레이블이 얼마 전 내놓은 ‘새소년’의 싱글 ‘긴 꿈’ 뮤직비디오는 참 좋다. 한번 찾아보시고, 좋으면 돈 주고 사시라. “여러분의 현금이 우리에겐 힘이 된다”고 뻔뻔하게 읊조리는 이 레이블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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