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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확인한 팩트체크…언론사별 참·거짓 다르기도

4개월간 300여개 쏟아져…독립된 콘텐츠 자리매김
동일 이슈 불구 상이한 결과, 언론 공신력 훼손 우려
검증 후보·사안 선택 단계부터 언론사간 차이 보여
검증기관 정치적 입장 반영 ‘의견 저널리즘’ 비판도

최승영·강아영 기자2017.05.10 15:05:26

19대 대선은 ‘팩트체크’의 선거였다. 대통령 후보자와 발언 등을 두고 이번 선거만큼 검증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적은 없었다. 선거 시즌을 맞은 언론은 ‘팩트체크’를 대표 콘텐츠화하며 적극 검증의 주체를 자처했다. ‘실시간 팩트체크’처럼 새로운 시도도 등장했다. 정치인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본연의 역할이지만 부족했던 만큼 이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현상이다. 반면 같은 사안의 검증 결과가 언론사별로 다르게 나오거나 ‘팩트체크’의 외피를 쓴 ‘정치기사’가 등장해 과제로 남았다.


국내 언론계에서 ‘팩트체크’가 이만큼이나 부각된 것은 지난 18대 대선까지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포털 네이버가 ‘팩트체크’ 결과를 모아놓은 전용 페이지만 확인해 봐도 총 28개 언론사가 내놓은 검증의 결과물들이 빼곡히 배열돼 있다. 이 중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KBS, MBC, SBS, JTBC, 채널A, TV조선 등 주요 신문·방송 12개사가 올해부터 지난 4일까지 내놓은 검증 보도만 해도 336개에 달한다. 이들 ‘팩트체크’는 5개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이후 시점(279개)에 집중됐다. ‘검증’은 그동안도 이뤄졌지만 이처럼 관심이 모이고 독립된 콘텐츠 범주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은 없었던 현상이다.


이제훈 한겨레 콘텐츠기획팀장은 “지난해 가을 쯤 미국 대선이 뜨거울 때부터 ‘페이크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각종 미디어지에서도 가짜뉴스와 팩트체크를 종합한 정보들이 꽤 나왔고, 사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지난 겨울부터 팩트체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9대 대선은 ‘팩트체크’의 선거였다. 이는 그간 선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사진은 TV토론회가 큰 영향을 미친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러 언론사들이 검증 시스템을 구축한 모습.

언론사들은 조직 내에서 현장 기자들에게 ‘팩트체크’ 기사를 요구하고, 전담 팀을 꾸려 대응토록 했다. 팩트체크 시스템 구축(한겨레 ‘짜판’),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검증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됐다. 전담 코너(SBS ‘사실은’)를 신설하거나 전용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SNS를 통해 유통시키는 식이다.


특히 JTBC와 중앙일보 등은 대선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서 나온 각종 발언을 ‘실시간 팩트체크’하는 시도도 진행했다. JTBC는 기존 ‘팩트체크팀’과 별도로 ‘대선자문단TF’를 꾸려 여섯 번의 TV토론회 모두를 실시간 팩트체크, 총 107회의 검증작업을 했다. JTBC는 지난 3일 리포트에서 “JTBC 토론회 당시 실시간 팩트체크 조회수는 24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디지털 부서인 ‘아이24’팀과 자사 선임기자 약 15명이 선관위 주최 토론회 세 번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팩트체크’의 부상 속에서 우려스러운 모습들도 감지됐다. 같은 사안에 대한 ‘팩트체크’의 결과가 언론사별로 상이하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달 19일 KBS 주관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2015년 초 공무원 연금 개혁 당시 양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합의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한국은 ‘사실’로 조선은 ‘거짓’으로 체크했다. 조선은 양당의 최종 합의문에 수치나 재원 대책 관련 문구가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동일한 이슈를 놓고 언론사별로 참·거짓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개별 언론의 공신력 훼손은 물론 ‘팩트체크’ 자체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야기할 수 있는 일이다. 앞의 사례는 ‘합의’라는 단어의 범위를 두고 발생한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팩트체크’ 기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이 아닌, 지향을 띤 ‘정치 기사화’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재인 후보 일심회 연루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SBS, JTBC, 경향은 ‘거짓’으로 판단했지만 조선은 ‘일부만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홍준표 “노 대통령이 간첩단 수사 국정원장 사퇴,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라는 기사를 통해 1)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사퇴시켰다 2)문 후보가 일심회 사건 수사를 중단시킨 것이 외교 전문에 나와 있다는 내용을 함께 검증했다. 타 언론사가 2)에 집중해 관련 내용을 조명, ‘거짓’을 내놓았다면 조선은 1)은 ‘사실’ 2)는 ‘거짓’이라 보고 전체 발언에 ‘일부 사실’이란 판정을 내렸다. 특히 이는 SNS 유통 등 과정에서 판정 결과만을 부각하는 행태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보도 내용을 떠나 누구를, 어떤 사안을 검증하는지 선택하는 단계서부터 언론사 간 차이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포털 네이버의 ‘팩트체크’ 모음 페이지에서 주요 언론 12개사가 5개 정당 후보자가 모두 결정(4월4일)된 이후부터 지난 4일까지 내놓은 검증 보도를 보면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언론사별 ‘팩트체크’ 횟수에 확연한 차이가 엿보인다. 조선, 중앙, 동아는 문 후보를, 한겨레와 경향은 안 후보를 많이 검증하는 식이다.


조선, 중앙, 동아는 동 기간 문 후보에 대해 각각 14건(총 33건), 29건(57건), 6건(8건)을 검증해 회사별 안 후보보다 2~3배 많은 검증 기사(각 4건, 11건, 3건)를 쏟아냈다. 이들은 홍 후보에 대해선 각 6건, 11건, 3건씩을 ‘팩트체크’했다. 반면 한겨레(총 15건)와 경향(24건)은 문 후보(각 1건, 3건)에 비해 안 후보(각 10건, 9건)에 대한 검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홍 후보에 대해선 각각 3건과 10건을 검증했다.


방송사의 경우 대체로 균형을 맞추되 홍 후보에 대한 조명이 많은 모습이었다. SBS는 16건(총 36건), JTBC는 10건(18건)을 홍 후보 발언 검증에 할애했다. TV조선(총 15건)은 문 후보 12건, 홍 후보 10건, 안 후보 5건씩을 검증했다. 이는 ‘팩트체크’ 기사에서 해당 후보 관련 의혹과 발언, 해명 등에 대한 검증결과를 기사 제목과 내용을 보고 인물별로 복수 체크한 결과다. 후보와 무관한 보도, 실시간 팩트체크 등은 제외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모든 걸 검증할 수 없으니 가장 의심스러운 걸 검증하게 되는데, 원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팩트체크가 검증하는 사람, 기관 등의 정치적 입장에서 이뤄지는 ‘의견 저널리즘’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여러 연구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왜 그 발언을 검증하는지에 대한 검증자의 합리적, 객관적 설명이 필요한데 속보경쟁 속에서 간과되고 있다”며 “편견과 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얼마나 체크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자동으로 선정하는 자동화된 팩트체크 등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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