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막내 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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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피케팅 시위를 벌이는 노조원들에게 혓바닥을 내밀며 세 차례 ‘메롱’을 했다. 통상 어린아이들이 상대편을 놀릴 때 하는 그런 행위를 언론사 사장이 구성원들을 향해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최헌영 노조위원장에게 정직 3개월의 보복성 중징계로 사장 퇴진 요구까지 받는 마당 아닌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게 정말 창피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인가”라는 반응은 송 사장의 저급한 행동에 비하면 점잖다.


안광한 전 MBC 사장과 윤길용 MBC NET 사장 관련 의혹은 점입가경이다.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안광한 전 사장은 MBC 플러스 사장 재임 시절 출장비 명목으로 받은 회사 공금 3000여만원을 개인 관광에 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전 사장은 2013년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중계권 박람회 ‘스포텔 모나코’ 참관을 위해 모나코에 출장을 다녀왔다. 모나코 행사에는 개막 전날을 포함해 단 이틀만 머물렀고 나머지 나흘은 모나코에서 25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체코 프라하를 방문했다고 한다. 안 전 사장은 “한류 확산을 위한 케이팝(K-POP) 공연과 프로그램 교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 경유 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지만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무상 출장지인 모나코를 이탈했을 뿐 아니라 애초 출장 보고 항목에도 없는 여행지 관광에 회삿돈과 출장 기간을 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길용 MBC NET 사장은 접대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MBC본부에 따르면 윤 사장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울산MBC 사장 재직 시절 14차례에 걸쳐 회사 공금으로 SK상품권, GS칼텍스 상품권 등을 구매해 골프접대를 했다. 골프 접대 대상자에는 김광동 방문진 이사, 백종문 현 부사장 등이 포함됐다. 또 32차례에 걸쳐 넥타이, 홍삼 등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김광동·김원배 이사, 안광한 전 사장 등에게 선물했다. 광고영업 예산 2000만원 가량을 자신의 인사권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게 쓴 것이다. 이런 사실이 지난해 울산MBC에 대한 MBC 본사 감사국의 정기감사에서 적발됐지만 후속 처리는 유야무야됐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두 사람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만큼 정확한 진상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MBC 본사와 지역MBC 전·현직 사장들의 일탈에 화가 치민다. 알량한 인사권을 동원해 걸핏하면 구성원들을 징계하면서 ‘혓바닥 테러’를 자행하거나 회삿돈으로 관광하고 인사권자에게 선물 공세를 퍼붓는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들이 공영방송 사장의 책무를 충실히 하리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해도 너무한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사장지위는 그저 일신의 안일과 영달을 위한 자리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를 반성하는 동영상을 만든 막내 기자들이 결국 징계를 당했다. MBC는 지난달 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덕영 기자에게 출근정지 10일, 곽동건·전예지 기자에게 근신 7일을 내렸다. 자사의 공정성·신뢰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MBC 기자협회의 성명처럼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을 대신한 용기 있는 사죄이며, MBC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막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함량 미달 송재우 춘천MBC 사장은 즉각 사퇴하고, 비리 의혹에 연루된 안광한 전 MBC 사장과 윤길용 MBC NET 사장은 자진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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