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는 당사자 확인절차 없이 이루어진 보도이며, 앞으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자제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대법원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전국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소집됐다. 판사들은 행정처가 은폐시도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 달여 뒤인 4월18일 진상조사위원회는 은폐시도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 “고영한 처장이 정식의 확인 없이 해명글을 게시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처장의 해명글이 사건 은폐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음.” 확인도 없이 해명한 것이고 허위인 것도 맞지만 은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틀 뒤 4월20일 고영한 처장 등 대법원은 이렇게 밝혔다. “여러분께서 누구보다 더 큰 충격을 받으셨겠지만, 사법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저로서도 진상조사보고서를 읽어 나가면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판사들과 시민들을 속여온 양승태 대법원은 이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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