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언론계 적폐 청산 목소리

YTN, 해직자 복직 입장 밝혀야
KBS·MBC 경영진 사퇴 촉구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박근혜 방송’에 대한 동시 탄핵이다.” 박근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KBS와 MBC, YTN 기자들이 탄핵 인용을 계기로 내부 적폐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YTN 기자들은 조준희 사장에게 해직기자 복직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KBS와 MBC 기자들은 공영방송을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시킨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했다.


YTN기자협회는 지난 13일 “새로운 출발점에 선 대한민국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우리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9년째 돌아오지 못한 동료가 여전히 광장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라며 조승호·현덕수·노종면 등 해직기자 3인의 복직을 촉구했다. 앞서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자마자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 ‘박근혜 OUT, 해직자 IN’이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언론 부문 대표 연사로 무대에 올라 “공영언론사 사장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

정부 산하 기관이 주요 주주인 YTN은 그간 사실상 정부가 낙점한 ‘낙하산 사장’이 보도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사장 선임을 반대한 기자 6명이 해고된 이후,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기자들의 자기 검열까지 만연해지며 옥죄기가 심각해졌다는 평이다.


KBS와 MBC 노조는 자사 경영진을 적폐로 규정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3일 “권력의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넘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축소, 왜곡하는 뉴스와 방송을 지속했다”며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5년 MBC는 ‘언론의 길’이 아닌 ‘부역의 길’을 걸어왔다. 정권의 비리를 감시하기는커녕 정권의 이익을 수호하는 친위대 역할을 했다”며 “MBC 경영진도 즉각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야 적폐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검찰총장과 공영언론사 사장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암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11일 20차 촛불집회에 나와 검찰과 언론 개혁을 촉구했다. 이 기자는 “아래로부터 감시 제도를 만들어 권력기관을 철저히 통제하는 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며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면 재벌·관료·기업·노동 등 모든 사회적 적폐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인용 후 YTN 사옥 앞에 걸린 ‘해직기자 복귀’를 촉구하는 현수막. (언론노조 YTN 본부)

해직기자들과 더불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기자들에게 이번 탄핵 결정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그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첫 발을 떼고 비정상적인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고 강조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이슈의 반열에 올린 김의겸 한겨레 기자는 “기자들이 탄핵의 불씨를 당기긴 했지만 1500만 촛불 민심이 결국 지금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정농단의 전말을 파헤친 손용석 JTBC 기자도 “첫날 태블릿PC보도가 나왔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고, 최근엔 태블릿PC가 거짓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나왔다”며 “탄핵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언론계는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날 사설을 통해 탄핵을 대체로 환영했다. 경향신문은 “그 누구도 헌법과 법률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추상같은 논고로 헌법 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썼고, 국민일보 역시 “헌재의 선고는 우리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엄중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진실은 밝혀진다”라며 불복 의사를 밝히자 비판 여론이 더해졌다. 서울신문은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강조했던 법치를 스스로 어기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지지층을 결집시켜 검찰에 ‘위력 과시’를 함으로써 수사의 예봉을 꺾겠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진정 민심과 역사의 재평가를 받고 싶다면 헌재의 최종 판단에 승복하고 검찰수사에 당당하게 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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