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자 내가 보였다

[그 기자의 '좋아요'] 조용석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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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이데일리 기자

내 삶의 원동력 ‘로드 자전거’


자전거, 정확히는 로드자전거(사이클)를 타기 시작한 것은 프로야구를 담당하고 있던 2012년 6월께다. 생소한 야구를 취재하는 부담감과 야간경기가 대부분인 프로야구 특성상 매일 저녁 10시 넘어 귀가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마음도 몸도 모두 지쳐갈 즈음이었다. 인적 드문 한강 자전거 길에서 심장이 터질 듯 페달을 밟으면 어쨌든 다시 일할 용기가 생겼다. ‘자전거가 있어서 버텼다’는 날도 많아졌다.


이후 자전거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됐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인천부터 부산까지 633㎞ 국토종주를 했고, 제주도도 자전거로 돌았다. 안장 위에서 본 우도의 일출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잔잔하고 평온했던 섬진강 자전거 길도 빠뜨릴 수 없다. 지리산, 설악산, 속초 미시령, 춘천 등도 자전거로 다녀온 곳들이다. 자전거를 통해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자전거가 좋지만 피하고 싶은 것도 있다. 바로 언덕이다. 산이 많은 한국 지형은 어딜 가도 언덕이 있다. 자전거는 자신의 몸뚱이를 짊어지고 가는 운동이다. 나처럼 ‘로뚱(로드자전거를 타는 뚱뚱한 사람)’인 라이더들은 더욱 고역일 수밖에 없다. 언덕을 오르다 10년 만에 다시 군가를 부르기도 했다. 심박수가 분당 180회를 넘을 때도 허다하다. 자전거가 좋아도 결코 사랑할 수 없는 게 언덕이다.


처음에는 언덕을 빨리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초반에 힘을 몰아 쓰면 얼마가지 못해 쓰러진다는 것을, 그리고 남은 길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답답하고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올라야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니 곧 나의 속도를 찾았다. 어느 샌가 지금 나를 앞서가는 이들이 크게 부럽지 않게 됐다. 또 정상에 올라 시간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도 없었다.


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 것이라 했다. 안 그러면 마무리투수가 전날 끝내기 홈런을 맞고 다음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마운드에 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전거는 여전히 내가 다음날 혹은 다음 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함께 할 것 같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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