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무죄율은 왜 낮을까?

[그 기자의 '좋아요'] 김용국 오마이뉴스 법조전문기자

▲김용국 오마이뉴스 법조전문기자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한 사람의 범인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된다.”


재판은 어느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얼핏 보면 전자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쉬워 보인다. 하지만 죄인을 잡겠다며 인권도, 절차도 무시한 채 공공연히 무고한 시민을 가두고 폭력을 휘두르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이다. 섣부른 결론 대신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취업 면접에 가려고 만원 지하철에 오른 20대 청년. 그는 전동차 출입문에 낀 옷을 빼보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본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청년 앞에 있던 여중생의 치맛속에 누군가 손을 넣었다. 청년은 ‘성추행범’으로 오해 받고 체포된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경찰은 믿어주기는커녕 “솔직히 인정하면 금방 풀려난다”고 화를 낸다. 당직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허사였다. 변호사는 무죄율이 0.1%에 불과하다면서 되레 ‘피해자와 합의하고 자백하라’고 충고한다.


당신이라면 어떡하겠는가. 억울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벌금형을 받는 ‘안전한’ 길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감옥살이와 신분상 불이익을 각오하고 끝까지 법정 공방을 이어가겠는가.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일본 법정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년 개봉, 수요 마사유키 감독)의 주인공은 후자를 택한다.


청년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고 법원에서 재판받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되는 일본 사법현실을 담담하게 고발한다. 영화를 보면 형사사건에서 왜 무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된다.


이게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기자는 유사한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30대 남성이 마사지 업소 여종업원 성추행범으로 몰려 기소된 사례다. 이 남성은 경찰과 검사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중형을 피하려고 1심에서 거짓 자백을 했다가 감옥에 간다. 다행히도 2심에서 변호인의 도움으로 무죄로 풀려났지만 그에게 사법절차는 국가의 폭력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형사재판 최대의 사명은 “죄가 없는 사람을 벌하지 않는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아직도 퍽이나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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