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에 ‘문화’라는 수식어 하나를 더 붙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녀들조차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취재 약속을 하고도 물때가 되면 그대로 바다에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수확물을 정리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할 때까지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10년 넘는 동안 ‘일’은 수없이 많았다. 하마터면 ‘해양민속박물관’이 될 뻔했던 해녀박물관의 이름을 지켰고, 해녀문화전승보전조례의 탄생을 지켜봤다. 1900년 초반에 시작된 독도 물질이 1970대까지 이어졌다는 역사의 연결이나 광복 이후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쳐 ‘여성 단일직업’으로 남아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의 의미도 확인시켰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고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1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언제까지 할 거냐’였다. 혹시 그 언제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한 적도 있지만 적어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것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고, 문화유산적 가치를 격 없이 논할 수 있는 자리가 깔렸으니 이제는 “좀 알겠네요”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유네스코 등재까지’라는 첫 약속만 지켰다. 고백건대 ‘직접 물질을 하겠다’는 장담은 접은 지 오래다. 여전히 ‘해녀’는 아니다. 대신 공동체성과 여성성의 ‘해녀문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솔직히 이번엔 ‘언제까지’라는 약속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더 길게 ‘물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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