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만을 위한 나라

[그 기자의 '좋아요'] 유건연 농민신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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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연 농민신문 차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의 소년은 큰 도시에 가서 보다 폭넓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학원도 모르고 과외도 몰랐다.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그리고 소년은 스스로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우리 사회는 성실히 노력한 만큼 정직한 보상도 받을 수 있구나’하는 작은 희망도 품게 됐다.


산골 소년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던 그 나라는 이젠 기억의 저편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공부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사회, 힘없고 백 없으면 취직이 힘든 나라, 중산층이 엷어지고 부유층과 빈곤층의 극단으로 나뉘어 계층 간 갈등이 고조되는 곳.


“도대체 이유가 뭘까”란 의문에 단초(端初)를 제공해주는 책이 바로 조지프 스티클리츠 교수의 ‘불평등의 대가: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이다. 저자는 책에서 상위 1%와 나머지 99%로 분열된 미국을 해부한다.


스티글리츠는 현재의 미국이 ‘상위 1%’만을 위한 나라가 돼버린 주된 이유가 정치·경제시스템의 실패, 상위 1%를 위한 법률시스템, 교육시스템의 붕괴, 무분별한 세계화와 규제완화, 조세정책의 실패라고 차분히 설명한다. 미국의 정치·경제·교육·조세시스템이 상위 1%의 지대추구(rent seeking)를 강화하고 그들의 부(富)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버렸다고 진단한다. 결국 경제 불평등 심화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감소하고, 성장률이 둔화되며, 사회 불안정성이 확대됨으로써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p231~232)고 강조한다.


‘상위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미국 정부(p211)’라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자조 섞인 주장은 2016년 12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은 희망을 품었던 산골 소년은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는 지금 또 다른 간절한 희망을 꿈꿔본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건강한 교육시스템이 살아나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되길. 정치·경제·법률시스템이 극소수의 가진 자만을 위해 작동하는 나라가 아닌,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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