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진실의 편이다"

[대통령 고개 숙이게 만든 특종들]
1991년 '수서 택지분양'
2001년 '이용호 게이트'
2011년 '내곡동 사저' 등
대국민 사과 촉매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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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진실의 편이라고 믿는다. 진실의 순간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정윤회 문건 파동’을 특종한 세계일보 박현준 기자의 지난해 3월 관훈저널 기고문 중 일부)


JTBC는 지난달 24일 ‘최순실 PC파일 입수’ 등 8개의 단독보도를 통해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파일을 입수·분석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갔다.


최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JTBC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세계일보가 지난 1991년 2월3일 보도한 ‘수서 택지분양 특혜, 정·경·관 유착 의혹’ 기사.

이처럼 시간은 진실의 편이지만 그 이면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땀 흘리는 기자들과 신변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의 연결 고리를 알려주는 취재원 등이 있어서 가능한 얘기다.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고개 숙이게 했던 진실의 위력은 어제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이번처럼 보도 다음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경우는 드물지만 진실 앞에선 누구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돼 왔다.


세계일보가 지난 1991년 2월3일 보도한 ‘수서 택지분양 특혜, 정·경·관 유착 의혹’ 기사가 나가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노태우 정부 집권 기간 중 최대 권력형 비리인 수서택지 분양특혜 사건은 정·경·관이 유착한 대형 스캔들로, 대통령이 집적 진화에 나섰다. 노태우 대통령은 2월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서사건 같은 일이 일어난 데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청와대비서관이 이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한국일보가 2001년 9월 보도한 ‘이용호 게이트 특종보도’ 역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이어진 특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이용호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 등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그 이면엔 한국일보가 2001년 9월 보도한 ‘이용호 게이트 특종보도’와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뉴스위크 한국판이 2002년 5월부터 게재한 ‘최규선 특종 시리즈’, 동아일보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비리 및 최규선 김홍걸 비리 추적보도’ 등이 대통령을 사과까지 이르게 한 도화선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6월22일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면서 “모두가 저의 부족함과 불찰에서 비롯된 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내곡동 사저논란까지 겹치면서 취임 4년 특별기자회견에서 사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2월22일 취임 4년 특별기자회견에서 “내 주위에 비리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발생할 때마다 제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라며 사저논란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시사저널이 2011년 10월에 보도한 ‘단독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 등이 대국민 사과에 이르도록 한 촉매제가 됐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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