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분투를 담다

[그 기자의 '좋아요'] 강경모 강원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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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모 강원일보 기자

[음반] 닥터코어 911 ‘Eat Or Be Eaten’


음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주는 매개체다. 그만큼 음악이 일상과 매우 밀접해 있다는 증거다. 특히 고등학교 재학 시절, 록 음악을 꼭 들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또래 사이에 존재했었다. 기자 역시 그런 무리였다.


1990년대 후반, 당시 해외에서는 림프비즈킷(Limp Bizkit),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린킨파크(Linkin Park)와 같은 래퍼를 따로 두는 뉴 메탈(하드코어 또는 랩 록) 밴드가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랩과 헤비메탈이라는 상극의 음악이 혼합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다. 이 밴드들은 헤비메탈의 기타리프와 분노에 찬 랩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무렵 국내에서도 홍대 인디 록 밴드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닥터코어 911도 뉴 메탈이라는 장르로 홍대신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이 밴드의 결성은 1998년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다. 그냥 그런 밴드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8년 발표된 정규 2집인 ‘Eat Or Be Eaten(먹거나 먹히거나)’을 듣고 나서부터 닥터코어 911의 팬이 됐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수 백번 갈렸을 기자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이 앨범이 꼭 들어있다. 사실 2집 앨범은 한국 하드코어의 대명사인 닥터코어 911의 초창기 모습과 거리가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인 ‘나이가 나를 먹다’의 도입부는 놀랍게도 피아노 반주로 시작한다. 육중한 기타리프가 아닌 서정적인 연주와 감성적인 랩·보컬로 노래를 꽉 채웠다. 이 곡의 백미는 공감 가는 가사다. 20대 중반에 처음 접했을 때와 30대 중반인 현재 들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아마 10~20년이 지나도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Eat Or Be Eaten’이라는 앨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앨범은 ‘나이가 나를 먹다’ 외에도 ‘Never Die’ 등 생존과 관련된 곡들로 연계를 이룬다. 닥터코어 911은 록의 황무지 대한민국에서 고군분투 중인 밴드 멤버들의 처한 현실을 빗대어 이 제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앨범을 넓게 보면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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