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용마 기자를 암에 걸리게 했나

암 판정 소식에 안타까움과 쾌유 기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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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MBC 해직기자

4년 6개월이 되도록 해직 상태인 이용마 MBC 기자가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김종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20일 ‘암에 걸린 후배 해직기자를 바라보며’라는 칼럼에서 이 기자가 최근 복막암 판정을 받고 다음달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기자의 고등학교 선배인 김 위원은 “병은 되도록 널리 광고해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암 발병 소식이 알려지는 걸 꺼리는 그를 설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암 발병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화병’이라고 말한다”며 “얼마나 속이 썩었으면 그런 몹쓸 병에 걸렸을까”라고 했다.


김 위원은 “그의 나이 이제 겨우 마흔여덟. 졸지에 직장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직업 전선에 뛰어든 아내와 갓 초등학교 2학년인 귀염둥이 아들 쌍둥이를 남겨두고 떠나기에는 너무 원통하고 이른 나이다. 다시 치열한 언론 현장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시간을 무위로 돌리고 여기서 꺾일 수도 없다. 게다가 그를 해고한 사람들은 여전히 희희낙락하며 잘만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런 비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칼럼이 나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칼럼 게재 과정을 실었다.


“칼럼으로 그의 암 투병 소식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만나 어렵게 동의를 얻어냈다. 월요일 오후 늦게 그에게 문자가 왔다. ‘형, 칼럼이 내일자에 실리나요?’ 그렇다고 하니 곧바로 다른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제 어머니한테 말씀드려야겠네요.’ 아직 암에 걸린 사실을 어머님한테 알리지도 못한 상태였구나. ‘언제 말해야 하나 고민했죠. 주변 사람들에게 들으면 충격 받으시니까 미리 고하러 가야겠네요.’ 그 문자를 받고 나니 더욱 큰 슬픔이 밀려온다.”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을 지낸 이 기자는 박성제·박성호·이상호 기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최승호·강지웅 피디 등과 함께 해고됐다. 그해 3월20일 홀로 사시는 어머니와 저녁밥을 먹다가 ‘재심 결과, 해고 확정’이라는 문자를 받았고, 어머니한테 ‘해고’라는 말을 꺼냈다. 어머니의 한마디는 이랬다. “나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그런 어머니에게 ‘복직’이라는 말 대신에 ‘암’ 투병 사실을 전해야 하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김종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의 칼럼

이 기자의 암 발병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지인들이 안타까움과 함께 쾌유를 빌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고 이후에도 대학강의와 팟캐스트 활동으로 언론인의 본분을 지키면서 무척 열심히 살던 이용마 기자가 힘든 수술과 치료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 바란다”고 썼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연출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해직언론인들 중에서 가장 담담하고 쿨하게 인터뷰를 해주셨던 이용마 해직기자. 괜한 허세가 아니라 진짜로 쿨한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꼭 쾌유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고 적었다.


이용마 기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도 “쾌유와 회복을 기도한다” “병마를 털고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부디 치료 잘 받아서 언론이 바로 서는 모습 보셔야죠” 등의 응원 메시지가 잇따랐다.


YTN 한 해직기자는 “1·2심에서 해고무효가 난 사안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이게 사람 죽이는 거다. 후배이자 동료인 이용마 기자를 암으로 내몬 것은 MBC 경영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정말 잔인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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