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

제31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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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식 오마이뉴스 기자

영화 <신세계>는 숨 막히는 긴장감에 진땀을 쏟게 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이자성(이정재 분)은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입니다. 그의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처할 때 느껴지는 긴장과 긴박함은 보는 이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지난 2, 3월 공장에 위장 취업한 뒤 신분이 노출될까 가슴을 졸였습니다. 취재 첫날, 파견회사를 돌아다니며 일을 구했습니다. 한 파견회사에서 적당한 일을 찾았고, 이튿날부터 일하기로 했습니다. 긴장과 흥분이 섞인 마음에 서둘러 파견회사를 빠져나왔습니다.


돌아가는 길, 뭔가 허전했습니다. 아뿔싸! 파견회사에 가방을 놓고 나온 걸 깨달았습니다. 가방에는 불법 파견 자료가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재빨리 돌아갔지만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문 너머로 가방이 보였습니다. 5분, 10분…. 파견회사 직원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혹시 가방을 열어보지 않았을까.’


1시간이 지나서야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가방을 놓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진땀이 났습니다. 한 직원이 말했습니다. “아, 저기 있네요.” 다행히 가방을 열어보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기획기사가 차례로 나간 뒤 관련 부처에서는 불법 파견 근절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또 위장취업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지? 사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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