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빌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 기자의 '좋아요']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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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5년 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공연장. 나는 깜깜한 객석에 앉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있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이란 위시 리스트가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뮤지컬의 배경은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 이 마을 광부들은 탄광 폐쇄 정책에 맞서 파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광부 아버지는 11살 아들 빌리에게 권투를 배우게 했다. 그런데 빌리를 ‘심쿵’하게 한 건 권투가 아니라 발레였다. 아들이 발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짐작대로 빌리의 ‘발레리노’ 꿈을 반대하는데….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는 빌리의 감동 스토리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를 접한 탓에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놀랍게도 눈을 깜빡일 시간조차 아까웠다. 매력적인 노래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안무 그리고 재치와 익살까지. 좀처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왜 2005년 뮤지컬로 재탄생한 이후 수많은 상을 받으며 롱런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발레 교습을 받는 빌리와 광부-경찰관의 충돌이 교차하는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꿈과 현실이, 희망과 절망이 한 무대 위에서 뒤섞였다. ‘연대’를 외치는 광부들의 노랫소리가 가슴을 후벼 팠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스틸컷.

‘기자질’에 지치고 속상할 때마다 그리워했던 <빌리 엘리어트>. 2016년 6월에 다시 떠올려 본다. 대한민국 소년들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아들들이 권투 대신 발레를 선택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는 노동현장에서 땀흘려온 아버지들만 휩쓸어 가버리는 건 아닐까. 여기저기서 묻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답은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소년들이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아버지들의 절규에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하고요.’ 빌리라면 이런 답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5년 전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 안. 긴장을 풀 수 없었던 3시간이 지나갔다. 불 켜진 객석에 앉아 있던 몇몇 중년 여성들과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빛이 애처로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Solidarit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 극장을 가득 메웠던 뮤지컬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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