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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다에서 꽃게 싹쓸이…속 새까맣게 타들어가”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중국어선 서해 불법조업 현장 취재-인천일보 정회진 기자

인천일보 정회진 기자2016.06.15 14:10:39

▲정회진 기자

일요일이던 지난 5일 오전 7시쯤, 오랜만에 즐기는 꿀맛 같은 휴식을 깨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한 어민. 그는 “새벽 5시쯤 조업을 위해 출항한 어민들이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직접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날 새벽 연평도 어민이 끄는 어선 19척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555m에 정박한 중국 어선 2척을 로프로 걸어 연평도로 끌고 왔다. 십 수 년 간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보면서 쌓였던 어민들의 분노가 곪아 터진 것이다.


이후 방송과 신문 등 모든 언론들은 연평도 어민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오죽했으면 어민들이 직접 중국 어선을 나포했겠냐”, “도대체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냐” 등 정부를 향한 질책을 쏟아냈다.


어민들이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하기에 이르렀지만 중국 어선은 연평도를 넘어 백령·대청도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 7일 옹진군 백령도 서방 50㎞ 해상에서 특정금지구역을 1.6km 침범해 불법 조업한 90t급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인천해경의 단속에도 중국 어선은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취재하기 위해 찾았던 연평도 현지 분위기는 언론에서 다루는 것보다 사실 더욱 심각하다. 우리 바다에서 중국 어선 수 백 척이 꽃게와 잡어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어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탄지 오래다.


▲지난 10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망향공원에서 바라본 해역에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미 수년전부터 어민들은 치어까지 싹쓸이해가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조기 파시(波市·해상시장)가 끊긴 이후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꽃게가 불법 중국 어선으로 인해 연평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평도에서조차 꽃게를 먹을 수 없을 정도다.


기자는 지난달 중순 찾았던 연평도의 한 음식점에서 메뉴판에 적힌 꽃게탕을 주문했지만 당시 주인은 “예전처럼 꽃게가 잡히지 않아 꽃게를 재료로 한 음식을 만들기 어렵다”며 “꽃게어장으로 유명한 연평도에서 꽃게가 없다보니 주문을 받으면 난감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중국 선원이 우리 어장에 내다버리는 폐유 등 각종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 선원들이 조업을 마친 뒤 우리 해역에 생활쓰레기를 버리고, 특히 기름통과 폐유, 낡은 그물을 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연평도에 사는 주민 김영식씨는 “해안가 근처에 중국어가 적힌 기름통과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며 “각종 폐기물이 바다에 쌓이면 후손들이 겪어야 할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에 대한 어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어민들은 그동안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해달라고 입이 닳도록 요구했다. 지난 2014년 11월 서해5도 어민 200여 명은 어선 84척을 타고, 소청도 남쪽 해상에서 중국 어선 불법 조업 피해보상과 재발장치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당시 어민들은 ‘생존권 보장’이라는 글씨가 적힌 머리띠를 둘렀고, 배에는 ‘중국어선 방치하면 영토주권 소용없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 개정된 서해5도 지원특별법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있으나 마나라는 게 섬 마을 분위기다. 중국 어선으로 발생하는 조업 손실에 대한 피해를 어민에게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기 바쁜 모양새다. 어민들은 이전과 다른 정부의 움직임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요한건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지 않고,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 근절되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북단인 서해5도에서 영토를 지키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지 않고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더 이상 연평도에서 긴장과 한숨이 아닌 활력과 생기가 넘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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