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다른 공간 '환상숲'

[그 기자의 '좋아요'] 김훈남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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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머니투데이 기자

제주 천연 원시림 ‘곶자왈’


지난해 우연히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한 달간 살았다. 매일 제주 곳곳을 찾아다니는 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 환상숲이다. 제주말로 ‘곶자왈’이라고 불리는 천연 원시림 중 하나. 식은 용암에 뿌리를 내딛은 옛 나무들이 즐비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건 순전히 자연이 준 우연이다. 9월의 끝자락, 가파도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파도가 허락하지 않았다. 모슬포항에서 북으로 향하면서 적당히 시간을 보낼 곳을 찾다 우연히 들른 곳이 환상숲이다.


표를 끊고 숲 입구에 도착하면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안내를 맡은 ‘숲해설가’의 말마따나 영화 ‘아바타’의 장면이 떠오른다. 원시림이 만든 자연 그늘,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은 숲 바깥과 다른 시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안내한 숲해설가는 사계절 사진 4장을 제시하고 문제를 냈다. “이 사진은 언제 찍은 것일까요?” 기자생활로 얻은 눈치로 맞추긴 했지만, 상식과 다른 답이 나왔다. 눈 내린 숲 사진을 보고 겨울을 고르면 오답인 격이다. 숲 바깥의 계절과 환상숲 속 계절은 다르게 흐른다고 한다. 사계절 모두 한번씩 들러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길은 고르지 않지만 가파르지 않은 경사다. 두 돌이 채 안된 아들 녀석도 걷다 안기다를 반복하며 숲 산책을 마쳤다. 소요시간은 한시간이 채 안 된다. 늦여름 날씨에도 숲이 만든 그늘 덕에 기분 좋을 만큼만 땀이 흐른다. 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날려주며 흥을 돋군다. 숲 산책 마지막 즈음 나오는 동굴. 겨울이든 여름이든 항상 비슷한 온도를 유지한다는 이곳에서 남은 더위를 날릴 수 있다.


정시마다 시작하는 숲해설가의 해설을 권한다. 관람을 마치고 북으로 향하면 협재-애월-이호테우해변으로 향하는 해안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따라 자리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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