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모르는, 오로지 포털만 아는 뉴스편집

단독보다 '짝퉁기사' 메인 배치
그때그때 다른 뉴스 편집 의문
포털 뉴스 편집인력 20~30명
제목·리드 등 질적 수준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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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열린 ‘김영란법’ 공청회를 다룬 기사는 이날 오후 5시쯤부터 네이버에 수십 개가 올라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10분 현재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에 걸린 기사는 뉴스1의 <‘뜨거운 감자’ 김영란법…“과잉입법” vs “부패척결” 격론>이었다. 내용이 엇비슷한 수많은 기사 가운데 네이버는 왜 뉴스1 기사를 모바일 메인화면에 걸었을까.


모바일 메인화면이나 웹 뉴스홈에 노출되느냐 여부에 따라 트래픽이 춤을 추는 뉴스 유통 구조에서 언론사들은 네이버에게 묻는다. 편집 원칙과 기준이 뭐냐고? 네이버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뉴스를 편집한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사들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이 뉴스 편집 원칙을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지 A기자는 “뉴스선정 기준이 시간인지, 기사 질인지, 양인지 모르겠다. (포털에서) 모든 기사를 일일이 볼 수 없을 테니 ‘질은 기준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보낸다고 꼭 걸리는 것 같지도 않다”며 “항상 그 기준이 뭔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단독’이나 ‘최초보도’를 쓴 기사 대신 이를 받아쓰거나 늦게 쓴 언론사의 보도가 메인화면 등에 오르는 사례는 흔하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단독을 냈는데 늦게 받아쓴 다른 언론사를 걸어주고 우리 단독기사는 아예 노출이 안 돼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경제지 C기자는 “포털 입장에선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했겠지만 제목이 좋은 후속기사가 노출되고 원 기사는 묻히고 이러면 속상할 일”이라고 전했다. 방송사 D기자는 “우리 메인뉴스는 8시에 시작한다. 빨리 전송하면 빨리 걸어줄 거라 생각하고 부랴부랴 보내는데 결국은 기다렸다가 KBS보도를 걸어준다. 기자회견 같이 동일한 내용을 보도한 사안들도 그렇다”고 밝혔다.



포털이 연합뉴스 등 특정매체를 우대한다는 불평도 있다. 같은 기사를 써도 이들 매체가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종합일간지 E기자는 “네이버 모바일 뉴스홈을 보면 오전은 지면기사, 오후는 온라인팀의 속보로 주로 채워진다. 밤 시간은 방송뉴스로 채우는 식이다. 밤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연합뉴스 기사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같은 기사를 써도 연합뉴스 기사가 걸린다”고 말했다.


포털도 할 말은 많다. 책임감 있는 뉴스 서비스를 위해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뉴스를 편집하려 하지만 불만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편집 인력은 20~30명 수준이다. 이들은 자정에서 새벽 4~5시 공백을 제외하고 3교대로 근무를 서며 뉴스를 편집한다. 조간신문, 석간신문, 방송 등 언론사별로 뉴스를 보내는 시간대가 있기 때문에 보통 그에 맞춰 편집하고 편집팀 안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등 각자의 역할을 세분화해 기사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뉴스 알고리즘이 포털 뉴스 편집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루빅스, 네이버는 클러스터링 형태로 하루 3만여 개의 기사가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분류되고 선별된다. 그 이후에는 뉴스 편집자의 영역이다. 이들은 언론의 주목도와 이용자의 관심사항에 맞춰 뉴스를 배열하는데 공개된 원칙으로는 △정확한 전달 △정치적 중립 △공익가치 존중 등이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공개된 원칙 외에 팀 내부에는 세밀한 편집 가이드라인이 있다. 포털 현직 뉴스 편집자들의 말을 종합해 살펴보면 이들은 최대한 중립적인 내용과 제목의 기사를 선호한다. 양극단에 치우치거나 자극적인 인용구 등이 들어간 제목과 본문은 지양하고 선정적인 사진을 포함한 기사도 제외된다. 특히 메인 노출의 경우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편집자가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견을 주고받는다. 제목과 리드 외에도 사실관계 구성 등 질적 수준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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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거르지만 최종적으로 편집자가 개입

특정언론 특혜 의혹 시선 부담
언론사 항의하면 메인 배치도
뉴스 편집과정 공개 소리 커져
언론사 불만 여전할 것 지적도


일부 언론사는 자사의 단독 보도나 최초 보도가 다른 후속 기사에 밀린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편집자의 말에 따르면 내부 가이드라인에는 단독 보도 우선 노출, 동일 이슈 및 동일 기사의 경우 가장 먼저 전송된 기사 걸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제 뉴스를 편집하며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고 뉴스 편집자들은 말한다. 좋은 기사에 대한 언론사와 플랫폼의 가치관이 다르고, 24시간 흐르는 포털 뉴스의 특성을 언론사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 편집자 F씨는 “처음에는 단독 기사를 노출하지만 그 후에 내용을 더 담은 후속 기사가 오면 바꿀 수밖에 없다. 포털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 단독 기사보다 그런 기사가 더 가치 있기 때문”이라며 “언론사가 처음에는 ‘단독’이라는 표시 없이 기사를 전송했다가 중간에 수정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등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다. 일부러 단독을 걸지 않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최초 보도의 경우에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장 먼저 전송된 기사를 걸게 돼 있지만 보통 그런 기사는 연합뉴스를 포함한 통신사들이 보내기 마련”이라며 “다른 언론사들이 언제 보낼지 알 수 없는데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 그럼에도 특정 언론사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 언론계에는 ‘사적으로 만나면 기사를 좀 더 자주 걸어준다’, ‘뉴스 편집자마다 우호적인 언론사가 있다’는 등의 말들이 떠돌아다닌다. 전직 포털 뉴스 편집자 G씨는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자들은 결국 가장 믿을 만한 언론을 일정 부분 자의적으로 고를 수밖에 없다. 언론사 관계자가 만나서 항의하면 기사를 좀 더 걸어준다는 것도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뉴스 편집자들은 최종 결과물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만들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편집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털 뉴스 편집자 H씨도 “옛날에는 뉴스 편집자가 고른 기사의 가중치가 절대적이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이 고른 가중치, 다양한 편집자의 선택 가중치, 개별 편집자의 선택 가중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면서 “뉴스 편집자의 선택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해 영향력이 많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국내 포털뉴스를 둘러싼 논의는 이처럼 언론의 지속적인 불만과 포털의 곤란한 사정, 이에 따른 대응으로 꾸준히 진척돼 왔다. 뉴스유통 환경이 완전히 포털에 종속된 현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해 자사 기사의 포털 노출에 목을 매고 있고, 포털은 이들 언론사 모두를 만족시켜야만 하는 불가능한 임무를 갖고 부딪치는 것이 현재 포털뉴스를 둘러싼 갈등의 맨얼굴이다.


언론사들은 뉴스편집의 세부원칙, 기준 등 뉴스편집의 과정을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이것들이 공개됐을 때 언론사들의 불만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기사 하나가 노출되면, 다른 기사 하나는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언론사들이 요구하는 “더 나은, 좋은 기사의 노출”은 사실 “더 나은, 좋은 ‘자사’ 기사의 노출”이란 의미와 다르지 않아서다. 실제 언론사들이 포털에 요구하는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불만은 포털을 통해 유통된 기사 전체가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왜곡 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사의 수익과 이해에 기반해 현 포털뉴스 시스템 운영의 기술적인 맥락을 비판한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포털들이 기사 배열에서 자동과 수동으로 이뤄지는 영역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번에 공정성, 수동편집 논란이 불거진 페이스북 사태의 경우 사람이 개입한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져 더 파장을 키웠다. 국내 포털 역시 기계가 분류하는 알고리즘과 인간이 개입하는 수동 편집이 합쳐진 프로세스를 거쳐 기사배열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다. 카카오만 해도 루빅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기사배열을 제공한다고 밝혀왔지만 사람이 입력한 기사 풀 내에서 루빅스가 기사를 골라 배열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포털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인간의 개입이 주관적, 편파적, 불공정하다는 편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으로 기사배열을 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방식 역시 대형 언론사에 가중치를 많이 줘 일부 매체만 환영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 I씨는 “포털이 알고리즘과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언론사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면서 “구글도 대원칙 13개를 밝히지만 세부적인 내부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 영역만 알려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포털뉴스의 편집을 두고 우리나라의 미디어현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언론인들은 포털이 “정치, 경제, 사회뉴스를 배제하고 문화, 스포츠, 연예 분야를 과다하게 노출한다” “해설이나 분석, 복잡한 기사를 거른다”는 지적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첫 화면 상단에 특정 통신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여기에 지속적으로 기사를 제공하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종합일간지 A기자는 “통신사가 포털이 원하는 사이클 대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현재처럼 운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제지 J기자 역시 “해당 란은 연합뉴스가 직접 편집권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뉴스는 포털이 편집을 하는데 불공정한 처사라고 본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 I씨는 이에 대해 “한 달에 2억~3억원에 달하는 전재료 협상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의는 포털을 공격하기 보다는 개별 언론사에게 책임을 묻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며 “포털뉴스에 대한 언론계와 정치권의 시선 자체가 왜곡된 측면이 있다. 언론사들은 포털을 공격하기보다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구축할지를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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