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 기자의 '좋아요'] 한종구 연합뉴스 대전충남취재본부 기자

▲한종구 연합뉴스 대전충남취재본부 기자

[드라마]시그널


과거에서 무전이 온다면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할까? 사소한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 창피했던 기억을 바꾸겠다거나 현재의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좋아했던 냉면을 사드리지 못한 점이나 취재원과의 말을 흘려 들어 낙종했던 과거를 바꾸고 싶다.


드라마 시그널이 막을 내린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그널 앓이’ 중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여섯살 난 딸을 꼬드겨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고는 아내와 함께 TV 앞에 앉았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소위 말하는 ‘본방 사수’를 했다. 대학 졸업 후 기자가 되겠다며 도서관과 술집을 오가던 백수 시절 본 ‘불멸의 이순신’ 이후 처음이니, 12년 만의 드라마 본방 사수였던 셈이다.


드라마 시그널은 낡은 무전기에서 걸려온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가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진실을 향해 목숨 바친 이재한 형사(조진웅), 한 사람만을 기다린 차수현 형사(김혜수),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박해영 형사(이제훈) 등 캐릭터는 다르지만 주인공들이 보여준 간절함의 끝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정의’였다.


▲드라마 ‘시그널’ 포스터.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백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라는 이재한 형사의 외침에 시청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라고 탄식하지만, 드라마는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줬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며 포기를 종용하는 사람들 속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일깨워줬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형사 이재한과 현재 형사 박해영을 연결시킨 무전기는 범인을 잡겠다는 ‘간절함’과 포기하지 않겠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셈이다.


동시에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재한의 외침은 절대 권력이 판치고 진실이 너무도 쉽게 묻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교훈이다. 드라마 시그널은 우리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준 휴먼 드라마였던 셈이다. 드라마 엔딩 장면에 울린 또다른 무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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