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

[그 기자의 '좋아요'] 홍한표 MBC 강원영동 기자

▲홍한표 MBC 강원영동 기자

[책]마르셀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닷가 카페에서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면 내가 아는 모든 삶의 향기가 커피 안에 응축돼 있음을 자주 느낍니다. 그 안에는 고단하고 피곤했던 하루, 혹은 유쾌하고 화려한 대화 등 추억의 시간을 전해줍니다.


이처럼 향기라는 것은 우리의 삶의 궤적을 크게 바꾸는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내면에 존재했지만 무의식 속에서만 잠잠하게 머무르던 기억이 뇌의 편도체와 연결돼 후각뿐 아니라 당시의 소리, 시각, 풍경이나 감정까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런 회고가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주인공 폴을 키우는 이모들은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가운데 ‘꽃의 이중창’을 부르며 폴의 기억을 억압하지만 폴은 아픈 기억에 직면하며, 과거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되찾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역시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아픈 기억을 되찾고 이에서 벗어나는 주인공 기 롤랑을 다룹니다.


이처럼 아파도 기억에 직면해야 하는 이유는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그 기억을 통해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치 아픈 과거는 잊자’, 혹은 ‘사람은 미래를 지향해야지 과거에 집착하면 안 돼’라는 강박 관념도 있지만, ‘아프니까 잊자’라는 자발적 망각증은 오히려 유사한 아픔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2014년 4월, 그러니까 2년 전의 아픔은 어느새 노란색으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란색 물결이 거리를 뒤덮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 나이 든다는 것·죽게 된다는 진리 속에 아픈 기억을 어떻게 직면해야 할까 다소 무거운 울림을 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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