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자에게 남은 것은…

[그 기자의 '좋아요'] 김정환 뉴시스 탐사보도부 차장

▲김정환 뉴시스 탐사보도부 차장

[영화] 내부자들 등 한국영화 4편


기자가 한때 촉망받는 엘리트였고, 무소불위의 권력이었으며, 고수입 직종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정의의 파수꾼이자 진실의 보루였다는 것은?


지난해 가을에 공교롭게도 ‘기자’가 주인공이나 주요 등장인물인 한국 영화가 무려 네 편이나 개봉했다. 10월22일 ‘특종:량첸살인기’(감독 노덕), 11월19일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11월25일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감독 정기훈), ‘돌연변이’(감독 권오광) 등이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기자는 그야말로 희화화를 넘어 비판의 대상이다. ‘특종~’에서는 특종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기자가 나오고, ‘내부자들’에서는 재벌에 빌붙어 여론을 호도하는 논설주간이 등장한다. ‘열정~’에서는 매체와 조직의 생존을 뒷거래하는 국장과 부장이 존재하며, ‘돌연변이’에서는 정기자가 되기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이용하려는 시용기자와 그를 부추기는 데스크가 똬리를 튼다.


영화들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린 기자는 얼마만큼일까.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기자는 또 어느 정도일까.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포스터.

그러나 진짜 분통 터지고 창피한 것은 따로 있었다. 독자에게, 시청자에게 언론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극 중 ‘약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실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심지어는 기자들까지 보도를 포기하고 SNS의 힘을 빌려 기사를 송출한다.


극 중 약자를 욕할 수 있겠는가. 아니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자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결국 떠오르는 말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더 심하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일 것이다.


기자가 추앙받지 못하고, 아무런 힘도 없으며, 돈도 많이 벌지 못하게 된 요즘 세상에서 기자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록 SNS를 통해서지만 진실을 밝힌 기자에게 피해자가 한 “기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그 영화를 두 번 보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해 진실을 알리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해 약자를 보호하는 진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 영화에서 주인공이 면접시험에서 한 말이다. 나도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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