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몰락을 놓고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였다. 시장 변화에 넋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은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외면하진 않았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 스마트폰 시대에 열심히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변화를 주도하지 못했을까? 저자인 박상인 교수는 과거의 성공 때문에 단절적 혁신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컸다고 진단했다. 아이폰 같은 단절적 혁신을 하기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단 얘기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여전히 핵심 수익원이던 피처폰을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처폰과 심비안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판을 뒤집는 혁신을 상업화하기에는 이해상충이 너무나 컸다”고 설명했다.
노키아가 몰락한 건 혁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이 아니었다. 노키아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럼에도 실패한 건 ‘지금 당장의 수익원’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 언론이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독자들은 웹을 지나 모바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신문사들은 종이신문에서 수익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 파괴적 혁신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종이신문 수익을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감하게 혁신하기엔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난 한국 언론 혁신의 길은 뉴욕타임스 보고서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하면 부잣집 흉내 내기에 머무르고, 심할 경우 그들의 엄청난 물적 토대를 부러워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제대로 된 ‘디지털 퍼스트’를 구현하기 위해선 노키아의 실패를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곳에 최고의 반면교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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