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기자인 나 자신조차 ‘돌고래를 가두면 안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뭔가?’에 대한 답을 찾느라 고민하던 나날이 많았다.
꽃분이는 울산의 한 고래생태관에서 쇼를 하는 암컷 돌고래다. 사람처럼 똑똑하고 민첩해 구청에서 이름은 물론 주민등록증까지 발급해줬다. 태평양에서 살다 일본 타이지에서 포획된 꽃분이는 올해 나이 17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다. 그러나 불과 5년 사이 자신이 낳은 새끼 2마리와 동료 3마리를 함께 있던 수족관에서 잃는 슬픔을 겪었다. 이번 취재는 쇼장에서 계속 죽어 나가는 돌고래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미국 돌고래 전문가들은 돌고래가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는 동물이자 고유의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가족을 이루고 먹이를 잡을 때 서로 협력하는 인격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돌고래 쇼는 마치 밖(야생)은 위험하니까 사람(돌고래)을 잡아서 죽을 때까지 감옥(수족관)에 가둬 일(쇼)을 시키는 것과 같다.
취재를 시작했다. 울산 앞바다는 예로부터 귀신고래가 다닐 정도로 고래가 많았다. 그러나 바다에서 뛰노는 고래를 카메라에 담는 과정은 험난했다. 고래가 그만큼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드론(항공)과 저속 카메라, 수중 카메라팀 10여 명이 전용 선박을 타고 추적에 나섰다. 10여 차례 시도 끝에 동해안 참돌고래떼를 국내 최초로 수중 촬영했다.
선진국은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는 추세다.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절반이 돌고래 수족관이 없거나 퇴출됐고 브라질, 인도 등은 돌고래 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선 30개 고래 수족관 가운데 10곳이 쇼를 폐지했고 앞으로 더 이상 야생 고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힘은 크다. 취재진을 믿고 지원해준 회사의 배려가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조건 속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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