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위해

[그 기자의 '좋아요'] 김진국 인천일보 문화체육부국장

▲김진국 인천일보 문화체육부국장

[책]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


비틀즈가 ‘Yesterday(예스터데이)’를 발표하기 전까지 음악계는 ‘고급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가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이 발표되면서 음악계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클래식음악에서만 사용하는 악기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고상한 선율이 대중음악 안에서 흘렀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음악, 기네스북에 오른 이 Yesterday는 과연 고급음악인가, 아니면 대중음악인가.


K-pop(케이팝)을 중심축으로 하는 지금의 ‘한류’가 있기 전까지 우리는 격동의 대중음악사를 거쳐왔다. 우리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 ‘엔카(演歌·메이지 시대 이후 유행한 일본 대중음악)’와 1950년대 미군정기 ‘스탠더드 팝’시대를 지나왔다. 1950~1960년대 신중현과 키보이스 같은 대중가수들의 데뷔무대는 미8군이었고, 팝송이 번안곡으로 불려지면서 ‘세시봉’이란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을 탄생시켰다. 대중음악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던 70년대엔 ‘발라드록’ 같은 서정적 음악이 인기를 끌며 지금 말하는 ‘7080음악’이 주류로 등장한다. 2000년대 소녀시대와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이같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큰 물줄기 끝에 터져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고급음악과 대중음악,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급과 대중을 구분하고 있지만 그 기준점이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다. 비틀즈의 Yesterday가 그렇듯이 말이다. 고급과 대중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어떤 음악이 인간을 위무해 주느냐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 문화는 문화일 뿐이고 음악은 음악일 뿐이므로.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성안당)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세기를 촘촘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인과 철학, 그런 곡이 나온 시대적 배경과 정서까지 분석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정체성과 대중음악인의 자긍심을 위해’란 발간사 제목처럼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은 우리 대중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들려준다. 대중문화를 담당하는 기자는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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