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이상적 기자가 있을까"

[그 기자의 '좋아요'] 한준호 아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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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아주경제 기자

[책] 신문기자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


“신문기자란 사인(私人)이지만 하는 일은 완전한 공(公)으로 사(私)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사, 인간관계라는 일종의 사(私)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안에 또 다른 신문기자(이상적인 기자)를 품고 키워나가야 하는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기자는 어떤 일에도 현혹되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다.”


이 말은 일본의 역사소설가인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가 산케이신문 기자로 현장을 누비던 시절 후배들에게 남긴 말이다. 간결한 문장이지만 이 안에 신문기자가 갖춰야 할 ‘정신’이 모두 들어있는 것 같다.


‘신문기자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라는 책에 소개된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뜨거워진다.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던 그 시절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손이 닿는 곳에 늘 놓여 있는 책이지만 당시 서점 한 구석, 눈에 잘 띄지도 않던 곳에 꽂혀 있던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을 볼 때마다 과연 나는 내 안에 이상적인 기자를 키워나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발제에 쫓기고, 사람을 만나 취재하고, 기사 쓰고…. 어찌 보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인데 늘 시간에 쫓긴다. 여유가 없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된다.


▲신문기자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

그가 말한 신문기자의 자질은 5가지다. △신문이 좋다 △호기심이 왕성하다 △권력이 싫다 △발과 머리로 기사를 쓴다 △상대방에게 상냥하다. 하나씩 따져보면 그렇게 높은 허들은 아니지만,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13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부족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소개된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대에게’라는 글이 있다.


‘내 인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예컨대 21세기라는 세상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지만, 그대들은 다르다. 21세기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짊어져야 한다. 만약 미래라는 곳의 길모퉁이에서 내가 그대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 말씀 좀 묻겠습니다만, 당신이 지금 걷고 있는 21세기란 어떤 세상입니까?”’


이 글 속에도 어김없이 신문기자 시바료타로가 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기자였다. 나도 죽기 전까지 기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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