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수첩 하나 만드시죠"

[그 기자의 '좋아요'] 임상훈 전북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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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전북CBS 기자

‘내 인생의 나침반’ 이름 붙인 소중한 친구 ‘수첩’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큰 이슈가 됐을 때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선거결과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을 때엔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등을 읽었다. 심지어 국가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들었을 때에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다시 들췄다.


책은 답을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남들보다 월등히 큰 용량을 자랑하지만 머리는 해답을 다 담지 못하고 종종 잊곤 한다. 또 일천한 경험과 이해력은 온전히 책의 정수를 소화하지도 못한다.


살아오면서 잘한 일이 과연 몇 가지나 될까. 단 하나 자부할 수 있는 건 ‘내 인생의 나침반’이라 이름붙인 수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좋아요’는 작은 수첩이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많은 텍스트를 접했을 고교 시절, 수첩을 만들었다. 책을 읽다가, 혹은 시험지 지문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도 좋은 문구가 나오면 짧은 문구를 수첩에 적었다. 아울러 그 문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덧붙였다.


간혹 수첩을 꺼내 읽어보면 좋은 문구를 다시 기억할 수 있고, 더 훌륭한 건 당시의 내 가치관과 그릇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되새김질하듯 화장실에서 혹은 소일하면서 수첩을 읽는 것은 구수한 커피 향을 음미하는 것처럼 달콤하다. 또 시간은 머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훌쩍 세월이 흘렀을 때 읽는 수첩 속 문구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몇 차례 수첩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크게 아쉽지 않은 것은 곁에 두고 종종 읽어 나름의 내면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인 것 같다.


기사를 통해 종종 접하는 누군가의 수첩은 미워하는, 벌을 줘야 할 타인을 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나의 수첩은 온전히 나의 내면과 생을 향한 것이기에 더 소중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나의 수첩은 사는 동안 항상 곁에 둬야 할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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