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여왕에게서 저항의 심장을 읽다

[그 기자의 '좋아요'] 홍성윤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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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윤 매일경제 기자

[음반] 마돈나 ‘Ray of Light’


지난 4일 대만에 다녀왔다. 마돈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등급인 3스타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다’는 찬사를 의미하듯이, 필자에게 마돈나는 해외여행도 불사하게 만드는 3스타 뮤지션인 셈이다.


내 수험생 시절의 낙은 ‘채널V’였다.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음악 전문채널이었는데, 그때 당시 외산(?)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EBS 강의를 위해 산 비디오 레코더에 뮤직비디오를 녹화하며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곤 했다. 그때 마돈나의 일곱 번째 정규 음반이자 내 인생 음반인 ‘Ray of Light’(1998)를 접했다.


90년대 최고의 팝 앨범이자 일렉트로닉 장르를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 명반의 진짜 가치는 마돈나의 재발견이다.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이슈메이커였던 그녀가 침체기를 겪고 마흔 살의 나이에 내놓은 대답은 ‘변화’였고, 그 도전은 성공했다. 이때부터 필자는 마돈나의 매력에 빠져 80년대 앨범으로 ‘역주행’을 했고 지금까지도 마돈나의 팬으로 살고 있다.


1958년생 개띠, 3억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데뷔 34년차 팝의 여왕. 마돈나가 대단한 부분은 ‘왕년의 스타’가 아니라 ‘현역인 전설’이라는 점이다. 80년대 신디 로퍼의 라이벌이었던 그녀는 자칭 타칭 ‘제2의 마돈나’ 수식어를 붙이고 나왔던 후배 여가수들보다도 오래 살아남았다.


끝없는 변신을 꾀하는 마돈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반항’이다. 성녀·창녀 콤플렉스가 지배하던 80년대 과감하게 섹스를 담론으로 들고 나온 이래로 동성애, 종교 등 (당대의) 온갖 금기를 넘나들었고, 9·11 테러 이후 반전(反戰)을 주제로 부시 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새 앨범 ‘Rebel Heart’의 뜻처럼, 마돈나가 간직한 ‘저항의 심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일 모레 환갑인 섹시 여가수에 왜 그리 열광하느냐고 묻거든, 안주를 거부하고 편견에 저항하는 인간 마돈나의 매력 때문이라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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