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기에 그들의 한 평은 초라하지 않았다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 '한 평에서 찾는 희망' 취재 -장병진 부산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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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부산일보 기자

어림잡아 가로로 세 걸음, 세로로 세 걸음. 사람 한 몸 서 있기는 충분한 공간, 한 평은 딱 그 정도이다. 한 평은 작다. 그러나 한 평 속에 누가 서 있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한 평 속에는 세상살이에 지친 어느 한 중년이 지키고 싶은 소중함도, 세상의 무서움을 맛보기 시작하는 젊은이의 기대도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한 평은 우리 이웃의 소중한 삶의 공간이요, 희망의 공간이다.


우리 삶 속에 있는 한 평의 의미를 찾고 그 삶을 응원하고자 부산일보 신년기획 ‘한 평에서 찾는 희망’이 시작됐다.


처음 만난 ‘한 평에서 찾은 희망’의 주인공은 부산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수많은 대상자를 제치고 외국인 노동자가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곁에 있는 ‘을 중에 을’이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항상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야기하고 싶었고 또 응원하고 싶었다.


그렇게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모민 호세인(34)씨가 첫 주인공이 됐다. 그는 올해 방글라데시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그가 일하는 공간은 한 평. 좁다 할 수 있겠지만 그가 꿈꾸고 있는 공간은 결코 좁지 않았다.


▲부산일보 신년기획 ‘한 평에서 찾는 희망’에는 외국인 노동자, 주차요금 정산원, 마트 계산대 직원, 구두닦이 등 한 평의 공간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부산일보는 한 평에 살면서 꿈을 키워가는 우리 이웃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 기획을 시작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박채지(50·여)씨였다. 그는 10년 전 처음 시작해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댔다. 하루 8시간 동안 서 있어 다리가 항상 부어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매연과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주차요금 정산원 최혜정(50·여)씨도 두 딸을 위해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취재 내내 웃었다. 이들은 우리 옆에 있는 ‘엄마’였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데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도 불편한 구두닦이 송승민(62)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난로 하나가 전부인 그의 구둣방 한 평은 어느 곳보다 따뜻했다.


웹툰 작가 장현진(26·여)씨는 한 평의 공간에서 독자를 위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혈투 중이었다. 부경대 화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이설혁(25)씨는 자그마한 고시원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꿈이 있기에 그들의 한 평은 초라하지 않았다.


한 평은 작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번듯한 건물도 없었고, 잘 다려진 옷도 아니었다. 그래서 한 평에서 희망을 찾는 이들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 한 평에서 시작하기에 오히려 응원 받을 가치가 있다. 스스로 초라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한 평에서 희망을 찾는 주인공들은 그 모습 그대로 박수 받아야 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누구보다 한 평의 공간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자신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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