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선입견의 고리에 놓인 기자들

[그 기자의 '좋아요'] 박은경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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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경향신문 기자

[영화] 내부자들


정의로운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한국 영화는 흥행에는 거의 다 실패했다.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황정민 조차 열혈 사회부 기자로 나온 ‘모비딕’(2011)으로는 ‘쓴 맛’을 봤었다. 오히려 영화 속 언론인이 악독하거나 우습거나 치졸하게 그려질수록 흥행과는 가까워지는 듯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란 한계에도 700만 관객을 돌파한 ‘내부자들’ 속 언론인은 악하고 야비하다. 이강희(백윤식 분)는 가상의 신문사인 조국일보의 논설위원이다. 정치부장 출신의 대기자인 그는 젊은 시절엔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열혈청년이었지만, 지금은 유력 보수신문의 힘을 이용해 정치판을 조종하는 제4의 권력이다.


이강희는 무력이 아니라 글의 힘을 앞세운다. 선정적인 제목의 칼럼으로 특정 정치인을 밀어주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대기업 회장에게는 면죄부를 준다. 그는 ‘~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표현으로 면죄부를 주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글로 교묘하게 여론을 주도한다.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기자 관객 눈에는 기자 역할이 도드라진다. 이강희가 온갖 추악한 짓을 할 때는 ‘저런 기자가 어딨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가 원고지에 칼럼을 쓰는 걸 트집 잡아 ‘옛날 기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나타난 요즘의 흔한 기자들 모습엔 가슴이 뜨끔해진다. 선입견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할 때가 특히 그러하다. 대중은 비리를 폭로한 정의로운 고발자라해도 그가 깡패라면 선뜻 믿어주지 않는다. ‘희대의 사기꾼’ ‘파렴치한’으로 치부해버린다. 불합리한 선입견의 고리에 언론이, 또 기자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많은 시민들은 뉴스를 읽지만 뉴스를 생산해 내는 기자는 종종 믿지 못한다. 기자는 팩트를 전하지 못할 때 비호감이 된다. 정의로운 기자를 내세운 영화가 실패하는 건 공감 얻지 못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취재원의 스펙에 따라 신뢰 정도와 태도가 달라졌던 스스로를 돌아보니 기자가 비호감이 되는 이유가 관객에게만 있다고 보기 힘들어진다. 관객보다는 기자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아니, 매우 그렇게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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