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진정 자유 의지는 있는가

[그 기자의 '좋아요'] 정필모 KBS 보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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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KBS 보도위원

[책]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내가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자유 의지(free will)’다. 자유 의지는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외부의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 의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규율화, 조직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기야 했겠는가.


나에게는 자유 의지를 중시하는 나만의 내력이 있다. 우선 나는 남의 간섭을 받기를 싫어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품 탓이 크다. 하지만 이런 천성을 신념처럼 생각하게 만든 후천적인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한 권의 책,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다. 이 책은 20대 중반 나의 자유 의지를 다지고 인생을 항로를 결정하는 데 중차대한 역할을 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나치즘이 활개를 치던 1941년 처음으로 출간되었지만, 오늘날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프롬은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그러나 인간은 근대 이후 문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한낱 보잘 것 없는 부속품으로 전락한 채 언제부턴가 자유를 두려워하게 됐다”고 본다. 그가 간파했던 대로 자유는 우리에게 독립과 합리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고립과 무기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이 책이 나온 지도 75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문명으로 대변되는 초현대사회에서 생산과 소비의 객체로 전락한 우리에게 진정 자유는 있는 것인가 묻고 있다. 프롬은 “자유는 문명이라는 이름의 속박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는 의지 없이는 결코 쟁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유 의지 없이는 진정한 자유는 없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 돌이켜보면 얼마나 내 의지대로 살아왔는가. 때로는 자기를 합리화하면서, 혹은 상황이나 조직 논리를 핑계 대면서 순응했던 적이 적지 않았다. 기자협회보의 부탁을 받고 서재에서 다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꺼내든다. 나와 고락을 같이 해온 지도 30년이 넘었다. 누렇게 바랜 책장과 쾨쾨한 냄새가 세월의 무게를 말해준다. 하지만 나에게 자유 의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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