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방식과 이를 취재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취재 행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 등 하반기 ‘중점 4대 과제’를 발표했다.
올 초 신년 기자회견 이후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담화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말’만 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4차례 대국민 담화가 열렸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대국민 담화 역시 박 대통령의 일방적 발표만 있었을 뿐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주지 않아 사실상 국민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원의 불법 해킹을 둘러싼 의혹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책임 문제, 세월호 진상조사,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의 친일 망언, 국회의원 정수 조정, 롯데그룹 사태, 경제인 사면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았지만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낸 셈이다.
당초 기자단에선 질문을 요청했으나 질문자 수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리가 안 된데다가 청와대 역시 질문 예정자가 많아지면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질문 두 개만 받기로 했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원래 신문과 방송에서 각각 1개씩 질문하기로 했다가 경제지와 지방지에서도 질문을 하겠다고 하면서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대국민 담화는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서 열렸는데, 기자들이 노트북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SNS 등을 통해 거세지고 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씨는 페이스북에서 “기자들은 노트북도 지참하지 않은 채 그냥 자리를 채워주고 있었군요”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담화문 발표 이후 박 대통령이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1시간10분 동안 기자들과 담소를 나눈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데 일방적인 발표만 하고 끝났다”며 “이는 기자만 무시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알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시간10분 동안 기자들과 담소했는데 이보다는 국민들의 권리를 생각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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