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 무모한 보도 개입 브레이크

KBS 이사회, '이승만 망명' 보도 안건 상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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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둘러싸고 이인호 KBS 이사장이 8일 보도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개별 보도를 대상으로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은 ‘보도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이 이사장은 “그동안 반론보도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시청자들의 성토가 가라앉지 않아 장기적으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날 '보도 정확성 제고 방안' 안건은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상정되지 않았으나 추후 재론의 여지가 남아있어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사장이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달 24일 ‘뉴스 9’이 단독으로 내보낸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기사다. (관련기사 ‘기사 삭제하고 반론 리포트까지…황당한 KBS’) 보수단체의 항의가 계속되자 KBS는 ‘사태 수습’을 위해 지난 3일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과 주장을 담은 별도 리포트를 내보냈다. 당초 기사는 온라인상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보도 경위를 듣기 위한 이사회까지 소집되자 야당 추천 이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이사는 성명을 통해 “이인호 이사장은 KBS의 ‘이승만 망명’ 보도를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공격하고 있는 집단과 정파의 대변인으로 자처하고 나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 이사장의 편향된 역사관·가치관에 문제를 제기했던 4명의 이사들은 “이인호 이사장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 (뉴시스)

 

이사장·여당 추천 이사 “왜 이사회가 보도에 대해 논의 못하나”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에서 논의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다. 이사들이 지혜를 모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도의 독립성·공정성 침해 때문에 이사들은 보도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은 방송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보도·편성에 (이사가) 관여해서는 안 되지만 방송의 질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을 정치적인 눈으로만 봐서 그렇다”고 항변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저희처럼 6·25를 겪은 사람들은 사흘 만에 수도가 함락된 위기에서 나라를 지킨 인물에 대해 비방이 있을 때 발끈하는 것이 있다”며 “시청자들의 감성과 교감을 했다면 불필요한 마찰이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병혜 이사는 “이번 보도는 방송 정확성에 대한 문제”라며 “(야당 이사들은) 이승만 망명 보도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시청자들이 왜 MBC뉴스에 등을 돌렸나. 정확하지 않은 보도가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이사들은 이사회가 보도 문제를 논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공정성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양성수 이사는 “보도와 제작 결과물에 대해 사전 지시가 있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후에는 어떤 보도나 제작물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인 이사는 “저희 이사회는 방송법이 규정한 KBS 최고 의결기관”이라며 “실제적인 보도·제작에 대해 이사회가 총책임자인 사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데, 보도·제작에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이사회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이사 “임시이사회, 절차·내용상 문제 있어… 기자들 영향 받을 것”

 

그러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가 절차상·내용상 불법이라며 안건을 철회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규환 이사는 “오늘 회의는 절차적으로도 불법이고, 내용상으로도 안건이 상정될 수 없다”며 방송법 제4조 2항이 규정한 ‘방송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인호 이사장이 KBS 이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굉장히 큰 현실로 돌아와 참담하다”며 “자기 의견에 맞지 않으면 매일 안건을 올릴 것인가. (보도국) 간부들이 영향을 받아 보도 독립성에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사들이)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3년 동안 인내해온 것은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서였다”며 “KBS의 다양한 규약과 가이드라인, 노사 합의 등의 공통적 내용은 ‘사내외의 모든 간섭을 배제하여 방송 독립성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이사도 “2주 전에 나간 보도에 대해 무슨 긴급성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사회는 외부에서 압박이 있을 때 오히려 막아줘야 하는 조직이다. 단일 보도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 건 근본적으로 기자들의 취재의지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조준상 이사는 “사태의 본질은 이사장의 ‘역사관 투영 시도’다. 회의를 공개한 것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정 집단의 불만을 대변하고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언 이사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팩트가 있다면 이를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사측 관계자에 의해 항의 피케팅을 저지당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사회에 앞서 KBS 본관 2층에서 항의 피케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측 관계자에 의해 저지당했다. 새노조 집행부는 ‘불법적인 보도개입 이사장은 퇴진하라’ ‘보도심의 불법이다 이사회는 월권말라’ ‘역사인식 방송철학 이사장은 빵점이다’ 등 피켓을 들고 신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사측 관계자가 이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새노조 집행부와 사측간에 고성이 오고갔고,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노조 측은 피켓을 신관 로비에 놓아둔 채 본관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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