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달 단독 보도한 ‘이승만 정권 일본망명설’ 기사에 대한 반론 보도를 리포트로 내보내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해당 기사마저 삭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달 24일 보도한 ‘이승만 정권 일본망명설’ 기사와 관련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박을 지난 3일 별도 리포트로 내보냈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 기록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며 “KBS는 앞서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KBS가 보도한 ‘이승만 정부 일본망명설’ 기사는 “야마구치 현의 공식 역사기록과 미군정 기록 등을 근거로 6·25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6만명 규모의 망명을 타진했고, 이에 일본이 한국인 5만명을 수용하는 피난 캠프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KBS는 기념사업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항상 6·25 사변 중에서도 권총을 옆에다 놓으시고 주무셨다” “이 땅에 일본인들이 오게 되면 공산당에 겨누었던 총을 그놈들한테 먼저 겨누겠다고 그러셨다”며 당초 보도에 대한 반론과는 무관한 주장까지 담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수단체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내용의 반론보도를 들어줬다”며 “굴욕적 반론보도”라고 반발했다.
KBS본부는 “KBS 보도에 오류가 있거나 관련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해당 보도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일본 외무성이 야마구치현 지사에게 한국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했다고 한 날인 1950년 6월27일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KBS본부는 “이승만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전한 우리의 보도는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한 당초 보도가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처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도하고 굴욕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KBS 관계자는 “노조의 입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며 “‘반론의 기회를 주지 못해 유감’이라는 지난 3일 리포트 내용으로 KBS 입장을 갈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인호 이사장은 이번 보도 경위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가 개별 보도의 경위를 듣기 위해 이사회를 여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며 부당한 방송개입이라는 게 KBS본부 측의 설명이다. KBS본부 관계자는 “보도본부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며 “이사회가 뉴스에 개입하는 데 대해 좌우를 떠나 월권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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