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또 패소…"소송비용 누구의 돈인가"

손배소송 항소심 "MBC 파업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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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70일간의 파업에 대해 사측이 제기한 19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심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전·현 노조 집행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방창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 정영하 전 본부장, 신인수 변호사,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조능희 본부장.

 

2012년 MBC 파업에 대해 경영진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원심과 같이 사측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업무방해 관련 형사소송, 이번 민사 재판까지 1, 2심 법원이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MBC 노조 파업의 정당성이 재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우진)는 12일 MBC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경영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와 집행부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라며 “사측이 주장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지만 파업의 정당성이 훼손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23일 1심 재판부도 “노조가 요구한 공정방송은 단순히 단체협약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위법상태를 고치고 새로운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쟁의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판결 직후 정영하 전 MBC본부 위원장은 “처음부터 그랬듯 시종일관 파업이 정당했다는 선고가 나오고 있다”며 “대법원 상고 절차도 남아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태를 이렇게 만든 안광한 사장과 경영진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들과 MBC 노조,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입장 표명하고 물러나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MBC를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웅 전 MBC본부 사무처장은 “2심 재판부까지 투명하고 합리적 판결로 부당함을 지적해줘 감사드린다”며 “언론이라면 이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정도”라고 지적했다. 강 전 사무처장은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교체되는데, 지난 3년간 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현명하게 판단해서 MBC 정상화를 앞당기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마 전 MBC본부 홍보국장은 “재판부가 6번 모두 MBC 파업이 정당했다 판결했다”며 “파업 당시 MBC를 망가뜨린 주범은 경영진이다. 위법과 권한 남용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홍보국장은 “정부여당도 언제까지 언론을 장악하고 갈 것인가”라며 “이제라도 MBC 정상화에 조금이나마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노조 측 변론을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는 “공정방송이 방송사업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이라는 데 연거푸 승소했기 때문에 아주 뜻깊고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했다”며 “한 가지 경영진에 묻고 싶다. 천문학적 소송비용은 누구의 돈인가. MBC 사장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인 MBC의 수익으로 내는 것이다. 국민의 재산으로 더 이상 돈을 낭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능희 MBC본부 본부장은 “오늘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손배 가압류로 그동안 노조 집행부가 큰 괴로움을 겪었다. 그동안 MBC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어려움을 취재, 방송해왔는데 공영방송 MBC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정부여당의 방송정책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MBC에 대한 불신, 공영방송의 실종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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